▲ 프랭크 램파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강남, 조형애 기자] 누구에게나 축구 관람 인생 황금기가 있다.

"램제스 때가 최고였지!"

프랭크 램파드, 스티븐 제라드, 폴 스콜스가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던 그 때를 TV 화면으로 나마 본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필자는 '램제스 시절'을 늘 추억하곤 한다. '아, 그때가 제일 재밌었어!'하고 말이다.

가끔 고된 일상 속에도 '성덕'의 기회는 찾아온다. "램파드 좋아하나?" 팀장은 그렇게 '램파드 첫 내한' 일정 배정을 알렸고, 왠지 모를 긴장과 설렘 속 24일을 맞았다.

길눈은 어둡지만 눈치는 있다. 길게 늘어선 팬들 덕에 매우 손쉽게 아디다스 강남 브랜드 센터를 찾고나선 곧장 '아디다스 프레데터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13층으로 향했다. 푸른 조명, 그리고 8번 유니폼. 그위에 적인 LAMPARD. 분위기에 취하고 나니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 이 모델 알아요." "카카가 착용하던 거네요." 프레데터 전시회장을 둘러보는 한 남자의 목소리. 램파드가 진짜 왔다.

◆ 우리가 만난 램파드 : 매너를 갖춘 슈퍼스타, 램반장? 별명 '좋아요'

때때로 화면 속 스타와 화면 밖 스타는 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까탈스럽고, 누군가는 실력과 매너 모든 걸 갖췄다. 램파드는 후자다. 이날 오전 긴 비행을 마치고 인천 땅을 밟은 뒤 용산서 5:5 풋살 매치를 마치고 강남으로 다시 이동한 일정. 피곤할 법도 했지만 그 여파는 사실 느끼지 못했다. 램파드 동선을 쭈욱 따라 왔다던 한 팬이 "정말 좋은데, 진짜 피곤해. 램파드도 지금 엄청 피곤할텐데?!"라고 한 말을 슬쩍 엿듣고서야 램파드의 강행군을 인지할 정도였다.

예정된 일정은 오버되기 일쑤. 램파드의 친절이 만든 '추가 시간'이 매 일정마다 더해졌기 때문이다. 취재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25분이었지만 인터뷰는 30분이 훌쩍넘었다. 시간 단축을 위해 미리 질문을 전달하고 통역이 지체 없이 진행했으나 질문 하나 하나 충실한 답이 이어지자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램파드 대답에선 첼시와 프리미어리그, 또 프리미어리거에 대한 애정이 뚝뚝 뭍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겸손했다. 매시즌 많은 경기를 뛴 비결에 대해 "훈련과 휴식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면서도 "운이 좋았다"고 했다. 큰 부상이 없어서란다.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은 첼시 통산 최다 득점(211골). 허나 '미들라이커'는 "기술적인 골 넣으려고 하는데 잘 안될 때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램파드가 언급한 몇몇 축구 선수들 이름 속에는 익숙한 이도 있었다. 손흥민이다. 현지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는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을 뭍는 질문에 손흥민을 콕 집어 먼저 언급했고, 이후에도 꽤 높은 수준의 칭찬을 막힘 없이 이어나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선수다. 그 누구도 올 시즌 '최고 중 하나'라는 말에 이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그 가운데 한 마디다.

[내맘대로 베스트 질문 TOP3]

- 첼시 감독을 맡을 생각은 :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 있긴 한데, 첼시와 같은 큰 구단을 맡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감독이 된다면 꿈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선수, 해설위원, 지도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직업은 : "가장 어려운 게 선수, 그 다음이 지도자, 쉬운 건 해설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해설이 쉽다는 건 아니다. 단지 말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 엘리트, 프로 선수로 가는 과정은 정말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 한국이나 한국 축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인상은 : "한국 프로 선수들은 2002년 월드컵부터 지켜보고 있다. 당시 한국 이끌었던 거스히딩크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감독님께서는 '한국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한국 선수들은 마인드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최고의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하나다.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가 돼 가고 있다."

▲ 포천에서 나라를 지킨다는 이상승 씨. 램파드 내한 소식에 다짜고짜 휴가를 냈다고.

◆ 램파드를 만난 사람들 : "램파드의 이산화탄소라도 마시고 싶다!" - (이상승·28세/휴가 낸 직업 군인)

단연 '아, 램파드가 왔구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팬 사인회였다. 아디다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팬사인회 경쟁률은 무려 20:1. 50명 한정에 10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온통 푸른 물결 속, 팬들은 눈앞에 램파드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램파드와 가장 먼저 만난 김민수(16) 군은 "당첨되고 3일 동안 잠을 못잤다. 아침부터 정신을 못차리겠어서, 무작정 빨리 와버렸다. 그래서 1번으로 줄을 섰다"면서 연신 못밑겨 하는 눈치. 2번 타자 김동휘(20) 씨 역시 "예전부터 우상이었다. 아직도 떨린다"면서 관계자도 아닌 기자를 보고 "이런 기회 다시 없을 것 같다. 사인회 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올렸다.

목발 투혼도 있었다. 서울 강서YG FC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는 박선현(18) 군은 다친 걸 다행(?)이라고 했다. "다쳐서 병원 입원하게 됐는데 오히려 입원한 게 다행이다. 입원 안했으면 팀에 있어서 오지 못했을 거다. 정말, 너무 좋다. 진짜 영광이다. 모든 축구 선수들에게 램파드는 꿈같은 존재다. 법접할 수 없는…"

나라를 지키다 잠시 휴가를 낸 군인도 만났다. "램파드의 이산화탄소라도 마시고 싶다"고 해 주변을 '빵' 터트린 그. 알고 보니 포천에서 직업 군인으로 일하는데 램파드 방한 소식에 휴가를 썼다고 했다. 이상승(28) 씨는 "사인회 당첨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 거고 일단 와야 하니까 무작정 냈다. 보관해두던 램파드 축구화 모델도 가지고 왔다"면서 웃어 보였다.

램파드는 각자 사연을 가진 팬 한명 한명을 허투로 보내지 않았다. 간혹 '1인 1사인, 포옹 금지'를 주입하며 빠르게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일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사인지에 또 소장품에 사인을 받았고, 사진을 찍고, 악수하고 또 껴안으며 첫 만남을 만끽했다.

그렇게 또다시 예정된 시간은 꽤 넘었다. 램파드는 사인회 당첨이 되지 못해 멀찌기서 슬픈 눈을 하고 있는 팬들을 마저 챙기고서 일정을 마감했다. 어쩜 친절하기도 하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길 바라겠습니다!"

[영상] '램반장' 별명을 들은 프랭크 램파드의 반응은 / '무에서 유를 창조', 손흥민을 향한 램파드의 극찬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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