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택 이대호 구자욱(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박용택(LG)과 구자욱(삼성), 이대호(롯데)가 좋은 타자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서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슬라이더 승부에서 강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승부를 30회 이상 한 타자 가운데  세 명만이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다. 박용택은 3할4푼3리였고 구자욱과 이대호가 나란히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승부에서 3할 이상을 친 타자는 이들 셋뿐이다. 그만큼 공략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카운트가 몰렸을 때 유인구에 속지 않고 실투만 받아칠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어떻게 강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상대의 슬라이더 승부는 자신과 같은 손의 투수에게서 나왔을 확률이 높다. 박용택과 구자욱에겐 좌투수가, 이대호에겐 우투수가 슬라이더를 많이 썼을 것이 분명하다.

바깥쪽 유인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을 터. 그러나 이들을 상대로는 헛스윙 유도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두 번째는 맞아도 큰 것은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수 있다. 제구가 몰리지만 않으면 큰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바깥쪽 변화구 승부다. 그러나 역시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기록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2스트라이크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 공략을 많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모두 같은 방식은 아니겠지만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공략법은 있다.

A 팀 전력 분석원은 "세 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2스트라이크 이후, 오히려 몸쪽을 버리고 바깥족에 중점을 뒀을 수 있다. 상대가 몸쪽 승부를 많이 안 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그렇게 한쪽에만 중점을 둘 수 있었기에 유인구에는 안 속고 실투는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과 이대호는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박용택 또한 몸쪽 대응이 좋다. 자칫 몸쪽 승부를 잘못 들어갔다간 큰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투수들에게 있었다고 풀이된다. 때문에 몸쪽 대신 바깥쪽 승부를 많이 택했고 반대로 이 타자들에겐 몸쪽 부담이 덜하니 바깥쪽 승부에 대응이 잘됐던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이들을 압도하기 위해선 몸쪽 승부를 해야 한다. 다만 누가 그런 배짱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그런 승부를 할 수 있는 투수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프로 야구 수준은 올라가게 돼 있다. 또한 몸쪽 승부가 많아지면 이 타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법을 바꿀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박용택 구자욱 이대호에게 몸쪽을 던지는 투수가 있을까. 승부에서 이기기 까지 한다면 배짱과 실력을 함께 지닌 투수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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