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울산현대의 균형이 깨진 것은 후반 40분과 후반 42분, 김승준과 리차드가 연이어 퇴장 당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된 후다. 0-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추가 시간에 원정팀 제주유나이티드가 득점해 1-0으로 이겼다. 울산은 안방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18시즌 K리그1 3연패를 당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김승준의 퇴장 판정에 대해 항의했다. 실제로 이 판정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맞다. 제주도 울산이 퇴장 선수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상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제주 역시 울산전 이전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2연패 및 K리그1 1무 1패로 부진에 빠져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고 있는 K리그의 강호 간 대결이었지만, 울산과 제주의 경기는 답답했다. 양 팀 모두 전방의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김 감독 입장에선 퇴장 선수 발생으로 수비 균형이 깨진 것에 안타까웠겠지만, 팀 내적으로는 리그 3경기를 모두 패한 과정에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이 더 심각한 문제다. 3라운드까지 무득점인 팀은 대구와 울산뿐이다. 대구는 무승부를 한 차례 거둬 승점 1점은 얻었다.

▲ 주니오 투입으로도 울산 원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울산현대


◆ 오르샤에 의존하는 울산, 무기력한 원톱, 공격 조직력 미흡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선 적지 않게 득점했다. 멜버른빅토리와 원정 경기로 치른 시즌 첫 경기에서 오르샤의 2골 1도움으로 3골을 넣었다.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CL 홈 경기에서도 정재용과 이영재가 오르샤의 2도움을 받아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했다. 상하이상강과 ACL 원정 경기에도 리차드와 김인성이 2골을 기록하며 승점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공식전 3경기에서 득점이 멈췄다. 울산 수비 조직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공격의 약점도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고 있다. 

울산의 주 포메이션은 4-1-4-1이다. 박주호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폭 넓은 움직임을 요구한다. 빌드업의 중심 역할이다. 제주와 경기에서도 박주호를 중심으로 경기했다. 박주호는 4-1-4-1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중 왼쪽을 맡았는데, 포백 앞에 선 박용우와 자리를 바꾸면서 센터백 앞으로 내려가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하고, 공격 상황에서는 원톱 뒷 자리로 치고 올라가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뛰었다. 수비 상황에는 레프트백 이명재가 전진한 뒷 공간을 커버했다. 

강민수가 선발 명단에서 빠지면서 주장 완장을 찬 박주호는 무게감 있는 플레이를 했다. 문제는 최전방의 날카로움이다. 이종호가 지난해 말 장기 부상을 당한 울산은 이적 시장에 공격수 영입에 주력했다. 일본 대표 경력을 가진 토요다 요헤이, 지난 시즌 대구FC에서 후반기 16경기동안 12골을 몰아친 브라질 공격수 주니오를 영입했다. 여기에 국가 대표 출신 윙어 황일수까지 데려왔다.

울산의 폭풍영입은 K리그 겨울 이적 시장 최대 화두였다. 하지만 2018시즌 개막 후 여전히 울산은 ‘오르샤 원맨쇼’에 의존하고 있다. 울산이 ACL 무대에서 기록한 득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오르샤에 대한 파악이 덜된 팀들이 대비하지 못해 나왔다. 오르샤를 잘 아는 K리그 팀들은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울산은 이적 협상 과정에 길어져 프리시즌 훈련 합류가 늦었던 주니오 대신 토요다를 주전 원톱으로 기용해왔다. 토요다는 상하이와 홈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골 결정력을 보였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부지런히 뛰었고, 좋은 위치를 선점했지만 마무리 타이밍이 늦거나, 슈팅이 부정확했다. 순발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만 33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토요다는 노련하고 성실했지만 빠르지 않았다.

교체 선수로 투입되던 주니오도 대구에서 보여준 예리함을 재현하지 못했다. 몸이 무거워 보였다.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제주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의 스리백 수비에 갇혀 단 한 차례도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술적으로도 제주 수비 조직을 흔들지 못했다.

제주가 중앙 지역을 가득 메우고 좌우 윙백으로 공격하면서 울산은 전방이 고립되고, 측면도 헐거워졌다. 풀백과 윙어 사이가 멀어지면서 윙어가 홀로 경기를 풀어야 했고, 주니오와 거리도 멀어졌다.

원톱은 득점 외 전술적 역할로 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원톱이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면 공격이 풀리지 않는다. 원톱이 최소한 상대 센터백에 부담을 줘야 상대 풀백이 물러서고, 상대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벌려 2선 공격의 활기를 유도할 수 있다. 원톱이 두려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 울산 공격은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지고 있다. 

▲ 토요다는 열심히 뛰었지만 많은 기회를 허비했다. ⓒ울산현대


◆ 자신감 떨어진 원톱, 투톱 변화로 해법 모색해야

울산은 측면에 빠르고, 득점력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원톱이 고립되고 연계 플레이 밀도가 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토요다가 뛸 때는 측면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가 왔지만, 계속된 무득점 흐름 속에 토요다는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 주니오가 투입되자 측면과 전방의 불협화음이 커졌다.

울산은 2018시즌 공격진에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많다.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 상황이 아니다. 제주와 경기에 오르샤, 주니오, 황일수로 구성된 공격진은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원톱과 윙어 모두 외로운 경기를 했다. 토요다에서 주니오로 원톱을 바꿨지만 문제는 그대로였다. 구조 변화를 고민할 시점이다.  

멜버른과 경기에서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선수를 찾지 못한 김 감독은 박주호를 중앙으로 이동시켜 해법을 찾았다. 원톱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도 틀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풀어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골을 넣지 못하는 경기, 부진한 경기가 이어지면 원톱 공격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가진 기량도 다 보이지 못한다. 버거운 경기를 하는 원톱의 살리기 위한 해법이 투톱이다. 투톱은 중원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하지만, 수비 균형과 전방 고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원 부담은 박주호의 멀티 능력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투톱은 김 감독이 생각해볼 만한 변화다.

김 감독은 동계 훈련 기간 투톱을 적극 실험했다. 오른쪽 날개 황일수를 중앙으로 진입시켜 4-4-2 대형으로 원톱의 고립 문제를 해결했다. 김인성, 김승준, 조영철도 이 역할이 가능한 측면 자원이다. 경기 결과가 경기 내용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3연패에 무득점이라는 기록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가 되기 충분하다. 울산은 A매치 휴식 기간 새로운 구조를 찾아야 한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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