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프로 11년째가 된 두산 베어스 홍상삼. 김태형 두산 감독의 바람대로 불펜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복권 같은 거죠."

홍상삼(28, 두산 베어스)이 지난해 5월 선발투수로 나설 때다. 부상으로 이탈한 마이클 보우덴의 빈자리를 채우는 임무였다. 당시 두산 수석 코치였던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홍상삼이 선발투수로 정착할 가능성을 물었다. 그러자 "복불복, 복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구 때문이다. 홍상삼은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좋은 공을 가진 투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감독은 "구종마다 하나씩 살펴보면 잘 던지는 투수들의 장점을 다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공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힘을 잃는다. 홍상삼은 2008년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제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두산 코치진과 관계자들은 제구의 문제를 '멘탈'에서 찾았다. 기술적으로 흔들린다기 보다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홍상삼이 지난해 5월 중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펼치고 2군으로 내려갈 때도 그랬다. 

두산 관계자는 이천으로 향하는 홍상삼에게 "예전에 마운드에서 느껴지던 패기는 다 어디갔냐"는 쓴소리와 함께 자신감을 되찾고 돌아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두산은 홍상삼을 기다렸지만, 지난해에는 끝내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마음 먹고 투수진을 정리했다. 정재훈, 김성배 등 베테랑은 물론 안규영, 고원준, 조승수 등 아직 젊은 투수들까지 대거 방출했다. 살아남은 선수들은 또래들이 유니폼을 벗는 걸 지켜보며 충격과 자극을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삼도 더는 '복권'으로 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25일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를 떠날 때 홍상삼을 불렀다. 김 감독은 "요즘 홍상삼이 제구가 괜찮다"며 불펜에서 힘을 실어주길 기대했다. 홍상삼은 지난 3일 미야자키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최고 구속 150km짜리 빠른 공을 던지며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달라진 시즌이 기대되는 호투였다. 

안정감은 아직이다. 홍상삼은 시범경기에 2차례 등판해 극과 극의 성적을 냈다.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4실점에 그치며 패전을 떠안았다. 하루 만에 180도 다른 투구를 펼쳤다. 17일 잠실 LG전에서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악의 투구를 펼친 다음 날 바로 멘탈을 잡은 건 고무적이다. 

홍상삼은 올해로 프로 11년째를 맞이했다. 두산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고 있다. 팀 내에서는 이영하, 박치국, 김명신, 곽빈 등 20대 초반 투수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베테랑 이현승도 압박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팀에서 입지가 더 좁아지기 전에 남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상황. 홍상삼은 코치진이 인정하는 '좋은 공'을 이제는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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