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2017시즌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대한항공 선수들. 왼쪽부터 미차 가스파리니, 한선수, 김학민, 곽승석.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그날을 하루도 잊지 않았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기억하기 싫은 '2017년 4월 3일'을 늘 곱씹었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 5차전이 열린 날이다.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3차전까지 2승 1패를 기록하며 통합 우승에 한 발 다가선 듯했다. 그러나 4차전과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의 뒷심을 버티지 못했다.

축제의 날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던 그날, 선수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펑펑 울었다. 늘 냉정하게 경기를 이끌던 세터 한선수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꺽꺽 소리를 낼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당시 한선수의 눈물을 지켜본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번도 한선수가 저렇게 우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도 보는데 눈물을 못 참겠더라"고 이야기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어렵게 버텨나갔다. 주포 가스파리니가 바뀐 토스에 적응하지 못한 게 시작이었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와 다른 선수들의 토스를 달리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한선수가 흔들렸다. 레프트 김학민과 신영수, 센터 진상헌은 컨디션 저하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힘이 되지 못했다.  

한선수가 안정을 찾은 후반기부터 고공 비행을 시작했다. 5, 6라운드 12경기에서 9승 3패를 질주하며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성사 의지를 꺾었다. 대한항공은 22승 14패 승점 61점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 2016~2017시즌 준우승이 확정된 뒤 고개를 숙인 한선수(오른쪽 끝) ⓒ 곽혜미 기자
박 감독은 11일 홈에서 우리카드와 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어렵게 어렵게 끌고 왔다. 우리 대한항공의 시즌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할 예정이다. 선수들이 끈기 하나로 플레이오프까지 왔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먼저 삼성화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삼성화재와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둬야 현대캐피탈과 재대결을 기대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삼성화재는 범실이 적은 팀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범실을 줄여야 한다. 6라운드까지 치르면서 서로 분석은 다했다. 어떻게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이기겠다는 마음은 선수들이나 감독이나 다 똑같다. 챔프전까지 가서 우리가 지난해 당했던 걸 올해는 우리가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반드시 현대캐피탈과 맞붙어 그날의 한을 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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