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기범은 일생일대 가장 어려운 퍼즐을 풀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도쿄,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전성기를 시작한 '직쏘' 문기범(28, 대전 팀 매드)이 갑작스레 은퇴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1월 국내 격투기 단체 엔젤스파이팅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벅찬 감격을 느낀 지 4개월 만이다.

문기범은 지난 5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음 경기가 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인생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스턴건' 김동현(36,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과 약속 때문이다.

문기범은 지난달 24일 일본 격투기 단체 딥(DEEP) 라이트급 경기에서 오야마 다쿠야를 3-0 판정으로 이겨 3연승(7승 3패)을 달렸다.

하지만 경기 직후 불호령이 떨어졌다.

김동현은 체육관에서 엄한 스승이며 선배다. 아끼는 제자 문기범이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고 지적하고 독하게 나무랐다.

김동현은 지난 4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엔젤스파이팅 챔피언이 되고 오히려 너무 지킬 것이 많아졌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식이면 안 된다.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 김동현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UFC로 진출시키기 위해 제자 문기범을 강하게 키운다.

문기범은 "오랜만에 라이트급 경기여서 상대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이겼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이렇게 싸우다가 판정까지 가면 선수 생활을 접는 것으로 관장님(김동현)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이것이 엄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기범은 적지 않은 나이다.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 바엔 여기서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다. 문기범은 단순히 종합격투기를 즐기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정상을 목표로 한다면 어중간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동현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딥에서 활동했다. 7승 1무를 기록했다. KO로 다섯 번, 서브미션으로 한 번 이겼다. 판정승은 한 번뿐이었다. 여기서 거둔 인상적인 연승을 발판으로 UFC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동현은 "문기범은 UFC 진출을 바란다. UFC에선 생존이 우선이다. 지키는 경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한다. 상대를 끝내려고 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강해지고 경쟁력이 생긴다. 그래야 전 세계 강자들이 모이는 옥타곤에 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모진 한마디가 문기범에게 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딥에서 활동할 때 세컨드를 봐 주시던 모로오카 회장은 경기 중 앞서고 있어도 '끝내지 못하면 수건을 던지겠다'고 압박했다.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문기범이 가진 모든 걸 끌어내는 게 내 일이다."

'강한 호랑이'를 키우려는 김동현은 바로 문기범의 다음 경기 일정을 잡았다.

문기범은 다음 달 28일 일본 고라쿠엔홀에서 열리는 딥 83에서 8승 5패의 요코하마 교스케와 맞붙는다. 다시 페더급으로 내려와 만전을 기한다.

문기범은 "다음 경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에서 관장님과 함께하며 UFC에 가려면 얼마나 절제된 삶이 필요한지 깨우쳤다.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난 아직 계속 싸우고 싶다"고도 했다.

문기범은 영화 '쏘우'의 직쏘 인형을 닮아 '직쏘'라는 링네임을 쓴다. 직쏘(jigsaw)는 수수께끼, 퍼즐을 뜻한다.

2013년 데뷔 후 가장 어려운 퍼즐을 앞에 둔 문기범, 게임은 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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