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이 올림픽 첫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이교덕 기자] 역시 세계 랭킹 1위. 빙판 위의 전략가였다. 이승훈(30)이 올림픽 첫 매스스타트 챔피언에 올랐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매스스타트는 선수 모두가 함께 달리는 경기다. 16바퀴를 돌아야 한다.

4바퀴, 8바퀴, 12바퀴째에 1등, 2등, 3등으로 통과한 선수들에게 각 5, 3, 1점을 준다. 마지막 결승선 통과 순서대로 1등 60점, 2등 40점, 3등 20점을 받는다.

그러나 메달을 따는 데 중간 점수는 의미가 없다. 들어온 순서대로 금은동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이승훈은 초반 탐색전을 펼쳤다. 뒤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4바퀴를 남기고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 여러 선수들이 기어를 올렸다. 마지막 바퀴에서 이승훈이 젖먹던 힘을 짜내 치고 나와 선두에 자리했다. 

한 번 선두에 서니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벨기에의 바르트 스윙스, 3위 네덜란드의 코엔 베르바이.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이 돼 가고 있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10000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선 팀추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평창 올림픽에서 5000m 5위, 10000m 4위에 올랐다. 팀추월에서는 선두 자리에서 리드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 그리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매스스타트는 장거리 주행 능력과 쇼트트랙 경험을 모두 가진 이승훈에게 제격인 종목이다. 2016년 콜룸나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 김보름은 은메달을 차지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관중들에게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연합뉴스

김보름(25)은 속죄의 마음으로 달렸다. 그리고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카기 나나에 이어 2위로 들어왔다.

사스키아 알루살루가 초반 튀어 나왔다. 김보름이 있던 2위 그룹에 반 바퀴 정도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그러나 어차피 최종 결승선 순위가 중요했다. 김보름은 체력을 아낀 채 다른 경쟁자들의 상태를 지켜봤다. 4바퀴를 남기고 선수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보름도 앞으로 나와 4위로 경쟁을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은 4위. 있는 힘껏 스퍼트를 시작했다. 1위 다카기 나나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2위로 결승선 통과.

그러나 은메달도 값졌다. 김보름은 여러 생각이 들었는지 결승선을 통과하고 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태극기를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메달 후보 중 하나였다.

2013년 소치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16년 콜롬나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이 점점 향상돼 2017년 2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지만, 한순간에 '왕따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 19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뒤에 처진 노선영을 나 몰라라 두고 달린 '왕따 레이스'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 때문에 기록이 안 좋게 나왔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3명이 호흡을 맞춰 함께 달려야 하는 팀추월에서 경기를 제대로 리드하지 못한 김보름에게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김보름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에게 사죄했지만, 들끓는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매스스타트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귀띔했다.

김보름은 메달을 땄다. 그러나 그를 향한 냉소적인 여론이 완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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