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김보름(25)이 속죄의 레이스를 펼쳤다.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카기 나나에 이어 2위로 들어왔다.

매스스타트는 선수 모두가 함께 달리는 경기다. 16바퀴를 돌아야 한다.

4바퀴, 8바퀴, 12바퀴째에 1등, 2등, 3등으로 통과한 선수들에게 각 5, 3, 1점을 준다. 마지막 결승선 통과 순서대로 1등 60점, 2등 40점, 3등 20점을 받는다.

그러나 메달을 따는 데 중간 점수는 의미가 없다. 들어온 순서대로 금은동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사스키아 알루살루가 초반 튀어 나왔다. 김보름이 있던 2위 그룹에 반 바퀴 정도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그러나 어차피 최종 결승선 순위가 중요했다. 김보름은 체력을 아낀 채 다른 경쟁자들의 상태를 지켜봤다. 4바퀴를 남기고 선수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보름도 앞으로 나와 4위로 경쟁을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은 4위. 있는 힘껏 스퍼트를 시작했다. 1위 다카기 나나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2위로 결승선 통과.

그러나 은메달도 값졌다. 김보름은 여러 생각이 들었는지 결승선을 통과하고 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태극기를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메달 후보 중 하나였다.

2013년 소치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16년 콜롬나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이 점점 향상돼 2017년 2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지만, 한순간에 '왕따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 19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뒤에 처진 노선영을 나 몰라라 두고 달린 '왕따 레이스'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 때문에 기록이 안 좋게 나왔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3명이 호흡을 맞춰 함께 달려야 하는 팀추월에서 경기를 제대로 리드하지 못한 김보름에게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김보름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에게 사죄했지만, 들끓는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매스스타트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귀띔했다.

김보름은 메달을 땄다. 그러나 그를 향한 냉소적인 여론이 완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