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김동현과 싸우라고? 그는 웰터급 아닌가?"

김동현(29)을 '그' 김동현(36)으로 착각하는 라이트급 파이터들이 많았다. '스턴건' 김동현과 '마에스트로' 김동현이 동명이인이어서 생긴 촌극이다. 게다가 둘 다 부산 팀 매드 소속이니 헛갈릴만했다.

우리나라 기자들도 '마에스트로' 김동현의 기사에 '스턴건' 김동현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파이터들도 김동현과 김동현을 구분한다. '짝동(작은 동현)' 김동현의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 11일 UFC 221에서 김동현과 맞선 데미안 브라운은 경기를 앞두고 가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웰터급 김동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폴로 레예스와 경기는 대단한 명승부였다. 정말 놀라웠다. 내 상대가 김동현이라고 들었을 때 정확히 누구인지 알았다"고 웃으며 답했다.

TFC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 김동현은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79에서 옥타곤에 데뷔했다. 발목을 다친 임현규의 대타였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6년 6월 UFC 199에서 폴로 레예스와 난타전을 펼쳐 유명해졌다. KO로 졌지만 그 경기로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받았다. 올해의 경기 후보에도 올랐다.

▲ 김동현은 다리가 부러졌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당황하지 않았다.

브랜던 오라일리를 이기고 지난해 9월 UFC 파이트 나이트 117에서 '레전드 파이터' 고미 다카노리를 90초 만에 꺾어 전 세계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UFC 221에서 데미안 브라운을 눌렀다. 옥타곤 3연승.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그가 더 돋보인 이유는 브라운은 낮은 레그킥을 맞고 왼쪽 다리 종아리뼈가 부러진 상태로 싸워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은 그의 정신력에 감탄하고 있다.

양성훈 감독은 자신의 제자에게 '존경'이라는 표현을 썼다. 인스타그램에 김동현의 엑스레이 사진을 올리고 "1라운드에 종아리뼈 골절됐습니다. 존경합니다. 김동현 3연승"이라고 썼다.

옥타곤 위에서 작전대로 경기를 풀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해야 강자로 성장할 수 있다.

종아리뼈 골절이라는 변수에 김동현은 사우스포 왼손잡이 자세로 바꿔 대응했다. 당황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계획한 원거리 타격전을 3라운드 끝까지 유지해 브라운을 2-1 판정으로 이겼다.

별명대로 '마에스트로'를 향해 가고 있다.

'작은' 김동현의 올해 목표는 UFC 라이트급 랭킹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단 존재감은 확실히 알렸다.

김동현은 "UFC 페이퍼뷰 넘버 대회 언더 카드 마지막 경기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경기에선 페이퍼뷰 대회 메인 카드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 UFC 221 이후 바로 병원으로 간 김동현,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니 종아리뼈가 부러져 있었다. ⓒ양성훈 감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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