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겨울철 스포츠 사상 최고이자 최상의 의미를 지닌
성적을 올린 영광의 메달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대한체육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창은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뮌헨(독일)과 안시(프랑스)를 1차 투표에서 가볍게 제치고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삼수 끝에 거둔 성과였다. 이제는 대회를 잘 치르고 대회 이후 경기장 시설 등을 활용해 성공한 올림픽으로 남기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하계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지난 30년 사이 한반도 남쪽에서 펼쳐진다. 중·장년 스포츠 팬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다. 한국 겨울철 스포츠는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겨울철 올림픽 출전사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10년 2월 12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21회 동계 올림픽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오누이들이 세계 톱스타 반열에 오른 꿈의 무대였다.

‘은반의 여왕’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세계 최고 스프린터가 된 모태범과 이상화, ‘빙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1만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이승훈 그리고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1,500m를 석권해 2관왕이 된 이정수가 꿈의 무대의 주인공들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이정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경기력을 고려할 때 올림픽 금메달이 그다지 놀라울 것이 없었지만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 3명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획득한 금메달은 또 다른 차원에서 평가해야 할 쾌거였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1924년 샤모니(프랑스)에서 제1회 동계 올림픽을 치른 이후 86년을 이어져 오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던 이 종목의 ‘한 국가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이승훈의 금메달은 그가 7개월 전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에서 활동했던 선수라는 점에서 그랬다.

한국은 이들 ‘빙판 오누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5위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종합 순위 7위(금 6 은 3 동 2)에 랭크됐던 2006년 토리노 대회와 비교하면 은메달이 3개 늘었고 종합 순위에서는 2단계 올라선 사상 최고의 성적이었다.

토리노 대회 때까지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이 금메달 3개에다 은메달 2개를 더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차지한 전통의 메달박스 쇼트트랙을 앞선 것도 한국 스포츠로서는 특기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 낸 나라가 한국과 개최국이자 종합 우승국인 캐나다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세계 82개국에서 5,558명의 선수가 참가해 빙상의 3개 종목과 스키, 루지,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스켈레톤, 컬링, 아이스하키 등 10개 종목, 86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 동안의 접전을 펼친 이 대회에 한국은 컬링과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7개 종목 83명(선수 46명 임원3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메달 레이스는 개막식 이틀 뒤인 14일부터 불을 뿜기 시작해 쇼트트랙 대표 출신인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역주를 거듭한 끝에 6분16초95로 네덜란드의 스빈 크라머(6분14초60)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더니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한 이정수가 2분10초949로 안톤 오노(미국, 2분11초072)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뒤를 이어 16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모태범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로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지로(69초98)와 가토 고지(70초01)를 2, 3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메달을 기대했던 이강석과 이규혁은 진행 본부의 착오로 출전 시각이 30분 늦어지면서 페이스가 흔들려 각각 4위와 15위로 처지는 불운을 겪었다. 17일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나선 이상화가 합계 76초09를 마크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독일의 예니 볼프(76초14)와 중국의 왕베이싱(76초63)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8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는 모태범이 1분09초12로 골인해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1분08초94)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의미 있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21일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이정수는 1분23초747로 금메달을 따 1,500m 우승에 이어 2관왕이 됐고 이호석은 1분23초801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1,500m에서는 중국의 저우양이 2분16초993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은별이 2분17초849로 은메달, 박승희가 2분17초927로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24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이승훈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5,000m에서 스빈 크라머(네덜란드)에게 2초35가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던 이승훈이 1만m에서는 역주를 거듭한 끝에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동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이날 벌어진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의 세계 최고 기록으로 1위 연기를 펼친 데 이어 26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150.06의 경이적인 점수로 합계 228.56을 마크해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여유 있게 제치고 예약해 뒀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에는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성시백이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성시백을 주축으로 한 대표 팀이 5,000m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1,000m에서는 박승희가 동메달을 차지하며 숨 가빴던 메달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등 2차례 올림픽을 치르면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던 캐나다는 밴쿠버 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과 함께 인기 종목이었던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포함해 금메달 14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로 일약 종합 순위 1위로 발돋움했고 독일(금 10, 은 13, 동 7)이 2위, 미국(금 9, 은 15, 동 13)이 3위, 노르웨이(금 9, 은 8, 동 6)가 4위를 각각 차지했다.

2014년 2월 7일부터 23일까지 흑해 연안 도시 소치에서 열린 제22회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한국 빙속 선수로는 처음으로 2연속 금메달을 차지하고 쇼트트랙 여자 3,000m 릴레이와 여자 1,000m에서 박승희가 금메달을 추가하는 등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13위를 기록했다.

개최국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및 도핑 은폐는 대회가 끝난 지 4년이 지난 2018년 1월 현재 진행형일 정도로 소치 동계 대회는 올림픽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금메달 우선 기준 대회 종합 순위는 앞으로도 바뀔 여지가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심판진의 편파 판정 논란 속에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올림픽 2연속 금메달에 실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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