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염력' 스틸.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염력은 연상호 감독 스타일의 작품이다. 현 시대의 사회 문제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풍자가 가득 담겼다. 염력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결합 시켜 독특한 장르를 탄생 시켰다.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세상에 맞서 상상초월의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루미는 아빠 석헌이 어린 시절 집을 나간 후 엄마와 함께 생계를 이어왔다. 창업 시장에 뛰어 들었고, 청량고추 치킨으로 성공했다.

초반 영화는 루미의 모습을 맛집 프로그램콘셉트로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다소 길게 느껴질 때 즈음, 영화는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성공한 루미의 과거 모습과 재개발로 인해 가게가 철거 위기에 처한 루미의 현실이 대비, 더욱 크게 다가온다.

염력은 루미의 명과 암을 대비 시키듯 많은 부분에서 선과 악, 갑과 을을 동시에 등장 시킨다. 비단 권력자와 소시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은행 고객들을 위해 마련해둔 커피믹스를 보고 침만 삼키는 청소부 정 씨(예수정)와 커피믹스를 훔쳤다고 나무라는 (높은 직급이 아닌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여직원처럼 약자들 사이에서도 생겨나는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 영화 '염력' 스틸. 제공|NEW

하지만 이런 관계는 상대에 따라 뒤바뀐다. 루미를 필두로 한 철거 위기에 놓인 시장 상인들 앞에서는 힘있는 권력자로 묘사되는 민사장(김민재)이지만, 태산 건설 홍상무(정유미) 앞에서는 철저히 무너진다. 이렇듯 한 화면에 등장하는 갑과 을, 강자와 약자는 상황에 따라 위치가 변한다.

약자의 입장에서 당하기만 했던 철거민들은 상헌의 등장으로 강자가 되고, 민사장까지 벌벌 떨게 만든, 당당하고 해맑든 악당 홍상무 역시 상헌의 도발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강자와 약자, 이들의 상황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염력을 보고 있으면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인 용산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과거에도,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 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들에게 등장한, 염력을 가진 석헌의 존재는 현실에 없는 히어로이자 판타지다.

하지만 이 작품을 히어로 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염력이 생긴 남자라는 히어로 물에 등장할 법한 소재지만,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다. 관객들이 지금까지 극장에서 봐 왔던 히어로 물과는 결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가 다르다. 그런 작품(예를 들어 마블 히어로)을 상상하고 염력티켓을 끊는다면 당황스러운 작품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코미디 요소는 충분하다. 상헌 역을 맡은 류승룡이나 상헌의 딸 루미 역을 맡은 심은경이 코믹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코미디가 그렇듯 진지한 상황 속에서 이들의 하는 행동과 상대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염력을 하는 상헌의 몸 개그는 영화의 톤에서 과하게 벗어나지 않게 웃음을 준다. 중간을 조금 넘어선 시점에 갑작스럽게 큰 비중으로 등장한 악당 홍사장은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 영화 '염력' 스틸. 제공|NEW

초능력에서 출발한 염력은 청년창업과 재개발, 철거민과 건설회사의 대립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연상호 감독은 일단 초현실적인 신선한 소재로 관객들을 극장에 불어 모은 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는 3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