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넥센은 2015년 팀 내 외국인 투수였던 라이언 피어밴드를 '말수가 적고 예민한 선수'로 기억한다. 피어밴드의 예민성은 경기 당일에 극에 달한다.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통역조차 어려워했을 정도다.

30세가 넘은 성인 남성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랴. 현재 몸담고 있는 kt에서도 피어밴드는 여전히 과묵하고, 등판하는 날엔 극도로 예민하다.

그런데 김진욱 kt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이렇게 말했다.

"피어밴드가 예전과는 다르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하는 것을 많이 봤다.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시즌 kt 경기 중엔 피어밴드가 선수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종종 잡혔다. 돈 로치, 멜 로하스 주니어처럼 말이 통하는 팀 내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통역을 끼고 국내 투수들과도 이야기를 했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백스테이지에서도 피어밴드의 '강의'는 이어졌다.

피어밴드와 이야기를 해봤다는 kt 젊은 투수들이 여럿. 피어밴드의 모든 것을 흡수하겠다는 고영표는 "피어밴드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투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시즌이나 비 시즌 때 몸 관리를 하는 방법 등을 물어봤다"고 돌아봤다. 왼손 투수 심재민은 "투구 폼 조언을 많이 들었다. 일정한 투구 포인트를 잡는 방법과 공을 던졌을 때 궤적 등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피어밴드는 2회 강습 타구에 맞아 다리를 크게 다쳤지만 통증을 참고 기어이 5회를 채웠다. 하루 뒤 "젊은 투수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성곤은 큰 감명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엔 아픈데 저렇게 던질 이유가 있나, 아직 시즌 많이 남았는데 무리해서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뒤늦게 기사를 보고 느꼈다. 선발투수로 가지는 책임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으나 피어밴드가 보여 준 투혼과 책임감을 젊은 선수들이 본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어밴드가 보여 주는 자세는 그가 에이스로 책임감을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뜻. 그는 지난 시즌 "팀에서 고맙게도 날 에이스로 불러 준다.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5이닝을 채우는 것도,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도 모두 내가 해야 할 일. 우리 팀엔 어린 투수가 많다.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kt 팬들은 피어밴드에게 "꼭 남아 주세요"라고 외쳤다. 피어밴드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10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어 다가오는 시즌에도 kt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진다. 니퍼트, 밴헤켄처럼 한 팀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피어밴드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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