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 올림픽 독일전에 입장하는 한국 올림픽 대표 팀.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아시아에서 가장 긴 양쯔강(揚子江)의 앞 물결이 뒤따라오는 물결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해석하자면 한 세대를 주름잡던 사람들도 새로운 얼굴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한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에도 이제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 박지성, 이영표의 시대에 '뒷물'로 떠올랐던 '런던 세대'는 이제 베테랑이 됐다. 캡틴 기성용을 비롯해 구자철, 김신욱 등 동 나이대 선수들은 이제 정점에 오른 시점이다. 당장 기량 저하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는 더 노련해지는 시기가 됐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할 때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소방수로 각급 대표 팀을 오갔다. 23세 이하(U-23) 대표 팀을 이끌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서 8강에 진출했다. 20세 이하(U-20) 대표 팀 사령탑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해 16강까진 올랐다. 두 대회 모두 급작스레 지휘봉을 잡았지만 조별 리그 통과에는 성공했다. 성공이란 말을 붙이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실패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고생 속에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차세대 스타들을 미리 만나고 점검하면서 세대 교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한국 A 대표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 태국에서 소속 팀 제주 유나이티드와 구슬땀을 쏟는 이창민, 이찬동, 진성욱(왼쪽부터). 이제 터키 전지훈련에서 월드컵행에 도전한다. ⓒ제주 유나이티드

신 감독은 15일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전지훈련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익숙한 이름들 속에 눈에 띄는 어린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신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들이다. 이창민, 진성욱(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정승현(사간도스), 김동준(성남FC)이 지난해 동아시안컵과 이번 터키 전지훈련 모두에 참가한 '리우 세대'다. 이번엔 이찬동(제주)까지 합류했다. 

이창민, 정승현, 김동준, 이찬동은 리우 올림픽 본선까지 함께했다. 진성욱은 2016년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까진 참가했다가, 본선에선 손흥민, 석현준 등 와일드카드에 밀렸다.

어린 선수들의 강점은 적극적인 자세다. 터키 전지훈련서 주전 경쟁을 펼치게 될 진성욱, 이창민, 이찬동은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각오다. 진성욱은 "월드컵은 나에게 꿈이자 목표였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다시 대표팀에 선발되어 너무 기쁘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창민도 "대표 팀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다시 가게 되어 감사하하다. 전지훈련이 아닌 월드컵에 나간다는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찬동 역시 "제주에서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뛰면서 끊임없이 내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려 했다. A매치 데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수 이찬동의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보여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찬동은 힘이 좋고 헌신적인 수비 가담이 장점인 미드필더. 기존 대표 팀엔 없던 마당쇠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신태용호에 새로운 힘이 될 수도 있는 선수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에서 손흥민(토트넘), 석현준(트루아), 장현수(FC도쿄)까지 와일드카드로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선수들을 선택했다. 권창훈(디종FCO)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연히 선수들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제 A 대표 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할 선수들. '리우 세대'는 어엿한 한국 축구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리우 세대들이 요소요소에서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자면 긍정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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