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비스핑은 '꽃미남'이었다. 그러나 비토 벨포트와 경기 후 '사시'가 됐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두 노장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는다.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며 포옹한다.

그리고 나란히 오픈핑거글러브를 벗어 옥타곤 바닥에 놓아두면서 은퇴를 선언한다. 관중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은퇴를 앞둔 두 파이터에겐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아닐까.

그런데 현실에선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간다. 비토 벨포트(40, 브라질)는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마이클 비스핑(38, 영국)은 벨포트와 엮지 말라고 손사래 친다. 트래시 토크가 난무하다.

벨포트는 지난 15일 UFC 파이트 나이트 124에서 은퇴전을 펼치려고 했다. 그런데 상대 유라이아 홀이 감량하다가 쓰러져 경기가 취소됐다.

UFC는 은퇴전을 다시 잡아야 하는 벨포트에게 비스핑과 대결을 제안했다. 비스핑 역시 오는 3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27에서 은퇴전을 계획해 둔 터. UFC 매치 메이커 션 셜비가 '흥행 냄새'를 맡았다.

벨포트는 망설이지 않고 '오케이' 했다. 하지만 비스핑은 달랐다. 지난 16일 자신의 팟캐스트 '빌리브 유 미'에서 벨포트와 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탕탕 못을 박았다.

"난 런던에서 벨포트와 붙지 않는다. 난 런던에서 벨포트와 붙지 않는다. 난 런던에서 벨포트와 붙지 않는다"고 세 번 반복하더니 "0%다. 벨포트가 싫다. 사람들은 내 눈을 보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내가 비디오 팟캐스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다. 내 눈은 가운데로 몰렸고, 그건 벨포트가 한 짓이다. 그는 약물 사기꾼으로 유명하지 않나. 벨포트는 마지막 경기에서 약을 쓰고 나오지 않을까. 어차피 걸려도 '난 이제 은퇴야. 어쩔 건데?'라고 하면 끝일 테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스핑은 '비토 벨포트' 이름 다섯 자(?)만 들어도 치를 떤다. 2013년 1월 UFC 온 FX 7 메인이벤트에서 벨포트의 하이킥을 맞고 TKO로 졌는데, 이때 오른쪽 눈에 망막 박리가 왔다. 선수 생명의 위기였다. 수술 끝에 오른쪽 눈이 사시가 됐다.

그런데 당시 벨포트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TRT)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스핑은 벨포트가 TRT로 힘을 키워 자신의 눈을 상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벨포트를 약물 사기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벨포트는 비스핑이 도망갈 핑계를 대고 있다고 자극했다. 17일 인스타그램에 하이킥으로 비스핑을 쓰러뜨리는 장면의 사진을 올리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비스핑. UFC가 방금 네가 경기를 거부했다고 하더라. 겁먹었다는 생각뿐이다. 터프한 척 그만하고 두렵다고 인정해라. 네가 나와 다시 대결할 만큼 배짱이 있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고 썼다.

비스핑이 저렇게 펄쩍 뛰니, 두 미들급 노장의 은퇴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빅 매치'가 날아가 션 셜비가 크게 아쉬워할 법하다. 이제 벨포트는 누구와, 비스핑은 누구와 마지막 경기를 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벨포트는 1996년 프로로 데뷔해 40전 26승 13패 1무효 전적을 쌓았다.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비스핑은 2004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39전 30승 9패 하면서 UFC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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