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왼쪽)-김현수 ⓒ곽혜미 기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지난달 21일 LG 트윈스 김현수의 입단식, 그리고 이달 9일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복귀 환영식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선수는 각각 FA 4년 총액 115억 원(김현수), 1년 연봉 15억 원(박병호)이라는 상상 이상의 거액을 받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두 팀 관계자들은 각각 스타 선수들을 품었다는 기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섰으나 당사자들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야기를 이어 가다 눈물을 흘렸고, 박병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고개를 숙이며 기자들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각각 2년의 메이저리그 팀 소속으로 미국 생활을 한 것도 닮은 두 사람은 모든 것이 익숙하고 그들에게 친절한 KBO 리그에 돌아왔는데도 마음 한 켠에 아쉬운 감정이 남아 있는 듯했다. 박병호는 "좋은 날 왜 죄송하다는 말을 하냐"는 물음에 "좋게 돌아온 것도 아닌데 괜히 많은 분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박병호는 "2년 전에 큰 목표를 갖고 미국으로 떠났다. 첫해 부상했고 지난해 다시 새롭게 도전한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까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시범 경기 마지막 날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는데 4월 안에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것이라고 들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선택됐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이 여러 가지로 힘들기도 했다"고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박병호는 넥센과 계약에 합의한 뒤 처음에는 호텔 룸을 빌려 진행하는 기자회견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미네소타 트윈스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 것은 그에게 소중하면서도 아픈 기억이다. 그는 "제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팬분들이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다. 환영ㅍ 받으면서 복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제 선택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현수는 박병호보다 더 아쉬운 마음이 큰 케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이 종료된 김현수는 계속해서 메이저리그 재입성을 노렸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어 박병호, 황재균(kt wiz)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야구를 했지만 오히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만 커진 채 LG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입단식 당시 유니폼을 입혀 주던 신문범 구단 대표이사가 "좀 웃으라"고 할 정도로 표정이 없었다.

김현수는 "원래는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다. 핑계를 대자면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어려웠고 다시 계약을 하려면 2월을 넘어가야 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벤치에만 앉아 있다 보니 야구를 너무 하고 싶었다"며 계속해서 눈물을 보였다. 입단식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이들은 연봉 10억 원대의 선수이기 이전에 단지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것을 맛본 한 명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뛰었던 '도전자'가 아니다. 소속 팀을 넘어 KBO 리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흥행 카드들이다. 이들도 자신의 바뀐 위치를 잘 알고 있다. 눈물을 훔쳐 낸 김현수는 올 시즌 각오에 대해 "열심히 보다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병호 역시 "제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홈런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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