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뻐하는 맨시티 선수들. 더 브라위너(가운데 위)는 엄청난 활약을 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더 잘한 팀이 이겼다. 우리 앞에 섰던 팀이 우리보다 더 나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승 라이벌 맨체스터시티의 16연승을 허용한 뒤 '패장'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패배를 인정했다.

맨시티는 17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간)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전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전방에 두고 중원에 4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중원에서 힘싸움에 신경을 썼고,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중앙의 델레 알리의 활동량을 이용해 전방 압박도 시도했다. 많이 뛰어야 했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이 맨시티를 맞아 1승 1무를 거둘 수 있었던 '지난 시즌까지 해법'이었다.

경기는 완벽하게 맨시티가 주도했다. 토트넘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은 이유? 토트넘은 지난 경기들과 비슷한 해법을 내놨지만, 그들이 만나게 된 맨시티가 지난해보다 훨씬 진일보했다는 것.


"오늘 경기한 두 팀은 모두 전방 압박을 하고 공격을 원했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맨시티는 이번 시즌 후방 빌드업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수비진 안정이 크다. 카일 워커와 최근 보직을 바꾼 파비안 델프는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즌 전방 압박을 받을 때마다 풀백에서 실수를 연발했던 것과 다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엘리아킴 망갈라가 종종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최근 경기 출전이 늘면서 빌드업에서도 점점 팀에 녹아들고 있다. 위험할 땐 과감하게 롱패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현실적 선택도 했다.

여기에 에데르송이 가세했다. 골키퍼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발기술을 가졌다. 전방 압박을 펼칠 때 골키퍼는 종종 약한 고리가 된다. 아무래도 필드플레이어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고, 최후방에 있다는 심리적 압박까지 더해진다. 전방 압박에 시달릴 때 골키퍼가 킥 미스로 골을 먹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에데르송은 엄청난 킥으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단순히 정확도의 문제가 아니라, 공을 깎아서 차거나 정확히 발등에 맞춰 깔아차는 등 속도와 회전에서도 골키퍼 이상의 역량을 보여줬다.

후방의 안정과 함께 중원의 빌드업도 매우 유기적으로 펼쳐졌다. 케빈 더 브라위너는 공이 없을 때도 피치를 가장 활발하게 누비면서, 공을 받으러 움직이는 선수다. 다비드 실바가 없었지만 대신 투입된 일카이 귄도안 역시 피치를 활발히 누볐다. 압박하는 토트넘의 선수들 사이로 움직이면서 패스 길을 얼었다. 

스털링 역시 오른쪽 측면에서 깊이 내려와 측면에서 공을 자주 받으면서 압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반대쪽에 위치한 사네는 공격 전개 과정보단 측면으로 넓게 그리고 깊은 곳에 위치하면서 역습의 첨병이 됐다.

맨시티의 빌드업이 토트넘의 전방 압박을 거의 무력화했다. 전반 14분 코너킥에서 귄도안이 의외로 득점을 올렸다. 원래도 유리하게 이끌던 경기를 마음 편히 운영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첫 번째 골은 맨시티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하려고 했던 것을 바꿔놨다"고 설명했다.

▲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경기력을 내는 과르디올라 감독.

"공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를 의미한다. 공이 없는 선수는 달려들어서 공을 빼앗으려고 했다. 더 브라위너의 경기력은 묘사할 수가 없다. 알다시피 골키퍼까지 40미터를 뛰어가 압박할 수 있다. '저 친구가 저렇게 뛰어? 나도 뛰어야겠다'고 만드는 존재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반대로 맨시티는 토트넘을 거세게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의 후방에서는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선방을 펼친 위고 요리스는 방어 능력에 특화된 골키퍼로서 가치는 입증했으나, 토트넘이 본인들의 특기인 전방 압박을 되려 당하기 시작했을 때 대처법은 미숙했다. 볼 컨트롤이 좋지 않았고, 패스도 동료들이 다음 플레이로 연결하기엔 투박했다.

시작부터 흔들리니 마무리까지 안정적으로 갈 리가 없었다. 케인이 개인 능력으로 몇 차례 찬스를 만들었지만, 강한 발목 힘을 살린 중거리슛이 대부분이었다. 토트넘이 원하는 공격 패턴은 잘 나오질 않았다. 토트넘은 크로스를 주 공격 루트로 삼고 있지만, 측면 공격을 담당해야 할 대니 로즈와 키어런 트리피어는 맨시티의 압박에 좀처럼 공격 진영까지 전진하지 못했다.

"후반전에는 아주 좋은 출발을 했고 아직 승패가 갈린 것은 아니었다. 후반전 첫 20분은 압도했지만, 2-0 이후엔 다시 어려워졌다."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전방 압박을 펼치는 쪽에선 체력 소모를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부정확한 패스를 유도해, 공격하는 쪽의 체력도 떨어뜨린다. 경기 흐름을 주도하면 체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압박이 조직적으로 먹혀들지 않을 땐 체력적인, 심리적인 피로감이 몰려올 수 있다.

더 브라위너가 후반 25분 득점을 터뜨리면서 토트넘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느끼게 됐다. 스로인에서 실수가 있었고 맨시티는 그대로 역습으로 연결했다. 더 브라위너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한 뒤 직접 마무리했다. 후반 초반 전방 압박의 강도를 바짝 올린 상태에서 얻어 맞은 실점에 체력은 떨어졌다. 다시 전방 압박한다고 해도 제대로 먹혀든다는 보장은 없었다. 사실상 승패는 결정됐다.

"우리가 믿는 경기 방식에 선수들은 의심이 없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맨시티는 리버풀,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을 모두 꺾었다. 16연승을 완성하는 와중에 라이벌을 모두 꺾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동안 전반기가 가기 전 첫 번째 맞대결에서 5개 팀을 모두 이긴 최초의 팀이다. 이른바 '버스 전술'부터 스리백, 전방 압박까지 거의 모든 전술적 대응을 모두 무력화시켰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결과다. 최고의 팀이 늘 최고의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경기력이 승패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또한 축구의 매력. 맨시티가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잉글랜드에서 패스 축구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내고 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가장 흥미로운 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을 팀인 것은 분명하다.

[영상] [PL] 맨시티 vs 토트넘 5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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