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UFC 정상을 지냈던 파이터끼리 대결에서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3, 브라질)가 웃었다.

도스 안요스는 17일(한국 시간)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MTS센터에서 열린 UFC 온 폭스 26 메인이벤트에서 전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5, 미국)를 5라운드 종료 3-0 판정승(50-45, 50-45, 50-45)으로 꺾었다.

라울러의 맹공을 무에타이 빰클린치와 로킥 등으로 차단한 영리한 전략이 빛났다.

라울러와 도스 안요스 모두 후퇴를 모르는 전진형 타격가. 라울러가 복싱을 위주로 난타전을 즐긴다면 도스 안요스는 레슬링을 섞어 실리를 노린다는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도스 안요스는 빰클린치를 시작으로 공격을 이어 갔다. 2라운드에 라울러를 펜스로 몰아붙여 펀치 세례를 퍼부었다. 3라운드엔 상위 포지션을 차지해 팔꿈치로 라울러의 얼굴을 두드렸다.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도 도스 안요스가 주도권을 잡았다. 라울러를 펜스에 몰아세워 얼굴 및 다리, 복부를 연타했다.

라울러는 단단한 맷집으로 정상에 올랐던 강자다. 카를로스 콘딧, 로리 맥도널드 등 여러 웰터급 강자들의 러시를 견뎠던 그답게 5라운드 내내 도스 안요스의 맹공을 견디고 또 견뎠다.

하지만 가까이 붙어 난타전을 하려 하면 도스 안요스가 클린치해 차단했다. 또 도스 안요스의 로킥이 쌓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굼떠졌다. 전략에서 밀리니 당해낼 수 없었다.

도스 안요스의 3-0 판정승. 저지 3명 모두 50-45를 채점했다.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모두 도스 안요스가 잡았다.

도스 안요스는 웰터급으로 바꾼 뒤 3연승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도스 안요스는 "라울러와 싸워서 영광이었다. 그는 전사다. 너무 많이 때려서 손이 아프다"고 웃었다.

이어 "난 이렇게 터프하게 싸울 수 있다. 자격이 있다. 웰터급 타이틀전을 달라"고 요구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지난 10월 이 경기 승자가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우들리가 지난 15일 어깨 수술을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타이틀전은 어려워졌다. 대신 잠정 타이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웰터급 3위 콜비 코빙턴과 2위 스티븐 톰슨이 트위터로 도스 안요스에게 '잠정 타이틀전을 갖자'고 했다. 

스완슨에 이어 라마스마저

페더급 3위 리카르도 라마스(35, 미국)는 지난 7월 정찬성의 대체 선수였던 제이슨 나이트를 1라운드에 가볍게 꺾었다. 이번 상대도 대체 선수다. 원래 상대였던 조제 알도가 프랭키 에드가를 대신해 지난 3일 맥스 할로웨이와 경기하면서 상대를 잃었다. 랭킹에 없는 조시 에멧(32, 미국)을 맞아 라마스는 여유로운 승리를 자신했다. 전문가들도 라마스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변수는 에멧의 배경이었다. 그는 팀 알파메일 소속이다. 2015년 라마스를 TKO로 이겼던 채드 멘데스의 소속 팀이다. 에멧은 "팀 알파메일에서 라마스를 잡는 법을 알려 줬다"며 자신있게 옥타곤에 섰다.

그리고 1라운드 중반. 에멧이 왼손 훅으로 라마스를 쓰러뜨렸다. 경기 내내 선제 공격으로 라마스의 로킥과 펀치 콤보를 봉쇄하다가 근거리에서 묵직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2015년 1라운드 2분 45초에 라마스를 쓰러뜨렸던 멘데스처럼 경기를 끝냈다.

에멧은 "한 방으로 끝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상을 놀래키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며 "라마스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경기를 승낙해 줘 고맙다. 이제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 멘데스 등 도와 준 최고의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UFC는 최근 랭킹 산정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하위 랭커가 상위 랭커를 잡으면 그의 순위를 차지한다. 콜비 코빙턴은 데미안 마이아를 꺾고 웰터급 3위로, 프란시스 은가누는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이겨 헤비급 1위로 수직 상승했다. 에멧의 페더급 랭킹 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라마스는 3연승이 무산됐다. 18승 6패가 됐다. 타이틀전에 다시 먼 길을 돌아가게 됐다.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무너진 랭킹 4위 컵 스완슨에 이어 라마스까지. UFC 페더급이 어지러줘졌다.

폰지니비오 6연승 "잠정 타이틀전 달라"

마이크 페리(26, 미국)는 통산 11승을 모두 TKO로 장식한 타격가다. 묵직한 오른손을 장전하고 맹렬하게 전진한다. 가까운 거리에선 무시무시한 화력을 자랑한다. 신장 차이까지 극복할 정도. 지난해 8월 자신보다 10cm 넘게 큰 임현규를 1라운드에 TKO로 쓰러뜨렸다. 이번 경기에서도 시작하자마자 맹렬하게 전진했다.

웰터급 10위 산티아고 폰지니비오(31, 아르헨티나)도 체급 내에선 손꼽히는 공격성을 갖췄지만 페리를 상대론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폰지니비오는 공격을 아끼고 로킥 등 견제에 무게를 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페리의 체력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페리의 공격을 버텼던 폰지니비오가 공격 빈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페리도 밀리지 않고 맞섰지만 남아 있는 체력에 따라 타격 정확도에서 차이가 났다. 또 계속된 로킥의 충격이 페리의 다리에 쌓였다. 페리는 스텝이 사라졌다. 3라운드 중반엔 백스피닝 엘보에 맞아 크게 넘어졌다. 폰지니비오는 체력이 빠진 페리를 상대로 타격을 고집하지 않았다. 테이크다운 해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폰지니비오의 3-0(29-28, 29-28, 29-28) 판정승. 전략적인 경기 운용의 승리였다. 

지난 7월 거너 넬슨을 꺾고 웰터급 랭킹에 진입한 폰지니비오는 옥타곤 6연승을 이어 갔다. 통산 전적은 26승 3패로 쌓았다.

폰지니비오는 "난 랭커다. 넬슨을 이겼고 이제 6연승"이라며 "도스안요스와 라울러의 승자와 잠정 타이틀전을 갖고 싶다.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페리는 3연승이 무산됐다. 데뷔하고 13번째 경기에서 2번째 쓴잔을 마셨다. 페리로선 공격만으론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칠 법한 경기였다.

테세이라의 마지막 불꽃 "코미어 붙자!"

1라운드 중반 타격 콤보로 주도권을 잡은 미샤 서쿠노프(30, 라트비아)가 펜스에서 공격을 멈추고 클로버 테세이라(38, 브라질)를 클린치했다. 하지만 테세이라는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최고의 그라운드 실력을 자랑하는 주지떼로. 강한 완력으로 서쿠노프를 잡아 메쳤다. 이어 길로틴 초크로 이어 갔다. 서쿠노프가 가까스로 벗겨 냈지만 힘이 많이 빠졌다. 테세이라의 파운딩 공격에 경기가 끝났다. 서쿠노프 역시 주짓수 검은 띠로 그라운드 싸움에 일가견이 있지만 테세이라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지난 3경기에서 앤서니 존슨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에게 졌던 라이트헤비급 3위 테세이라는 이 승리로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통산 전적은 27승 6패가 됐다. 옥타곤에서 8번째 피니시로 존 존스 척 리델(이상 9회)에 이어 UFC 라이트헤비급 최다 피니시 3위에 올랐다. 

UFC에 데뷔하고 4연승으로 라이트헤비급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랭킹 7위 서쿠노프는 지난 5월 볼칸 오즈데미르전에 이어 2연패에 빠졌다. 13승 4패.

테세이라는 "나이가 많아 (주위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했다"며 해설위원으로 앉아 있던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에게 "붙어 보자.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자"고 말했다.

코미어는 내년 1월 20일 UFC 220에서 오즈데미르와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다. 지난 5월 복귀전에서 테세이라를 꺾고 콘텐더 지위를 굳건히 했던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은 어깨 수술로 재활하고 있는 상태다.

▲ ⓒ 최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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