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는 2010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일본전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겨냥하는 한국 축구 대표 팀에 가장 중요한 시험 무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대회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SPOTV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은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관전평과 제언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명지대 신문선축구연구소가 제공합니다.<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신문선 특별해설위원] 이제 숙적 일본과 경기가 남았다. 3무 2패. 한국은 최근 5경기에서 일본을 이긴 적이 없다. 세계 무대에 함께 도전했던 라이벌 일본은 이제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일본이 치른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1, 2차전을 분석하면, 일본의 경기력 수준은 특정 부문에선 상당히 강하지만, 한국 역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번 일본전 프리뷰는 9일 북한, 12일 중국과 경기를 토대로 분석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4-2-3-1이나 4-1-4-1 포메이션을 쓰고, 특유의 패스 축구를 구사했다.

◆ 일본 특유의 패스 축구

일본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간결한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볼을 점유하며 경기를 푼다. 중국전에서 57%의 점유율과 429회 패스 수(중국 313회)를 기록했다.

일본의 공격 전개는 빠른 원터치 패스, 2대1 패스 등으로 크로스를 연결하는 형태나,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한 번에 연결하는 형태, 역습 때 대여섯 번의 패스로 빠르게 침투하는 형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경기력에서 눈여겨볼 내용은 간결하고 빠른 원터치 패스다. 공격 지역에서 원터치 패스는 상당히 정교하고, 볼이 없는 선수도 패스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스스로 내려앉아 수비하는 북한에는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진 못했지만,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위해 시도한 패스와 움직임은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중국전에서 모두 61회 공격을 시도했다. 48회를 기록한 북한전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또한 북한전에서는 슛을 8회 기록해 공격 시도의 16.7%만을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중국전에선 20회의 슛을 기록하며 공격 시도의 32.8%를 마무리했다. 다양한 공격 방식의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중앙에 밀집된 수비 형태를 보인 북한을 공략하기 위해 크로스(33회)를 주로 활용했다. 중국은 북한과 같이 수비 라인을 내리진 않았기 때문에 크로스(19회)뿐만 아니라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 뒤 공간으로 한 번에 침투하는 형태의 공격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공격의 마무리도 북한전보단 용이했다. 특히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뒤 중국 골문까지 5,6번의 짧은 패스와 침투로 골문을 위협한 장면들은 일본의 정교한 패스와 스피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이 일본의 패스 축구를 막기 위해선 다소 거친 면도 필요하다.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에게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쳐, 패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받는 선수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한다. 또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기 때문에 커버 플레이가 필요하다.

패스를 중심으로 만들어 가는 경기 자체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유효 슈팅을 기록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약점으로 볼 수 있다. 중국전에서 20개 슈팅 가운데 4회(20%)밖에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크로스를 올리기 전까지 과정은 좋지만, 골이나 결정적 찬스로 이어지는 '크로스 성공률' 자체는 높지 않다. 19회의 크로스를 시도한 중국전에서 단 4번(21.1%)을 성공했다. 일본은 북한전에서 8.33%의 공격 효율성을 보였는데 중국전에서도 61회 공격 시도 가운데  5회만 성공해 9.33%의 공격을 성공했다. 경기를 풀어 가는 과정은 훌륭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모든 득점을 후반 35분 이후에 올렸다. 일본은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는 후반전 말미에도 정교한 원터치 패스와 돌파로 집중력을 유지했다. 90분 내내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는 일본의 장점이 2경기를 승리로 만들었다. 한국도 중국과 경기에서 패스 443회를 기록했고, 일본이 429회를 기록하는 등 데이터상으론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국전에선 후반 25분께부터 체력적인 저하가 나타났던 한국으로선 90분 내내 같은 경기력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 깔끔하지 못한 수비

일본은 수비 때 4-1-4-1 형태를 유지한다. 2경기에서 필드골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수비에선 부족한 면을 노출했다. 북한전에선 골키퍼 나카무라 고스케의 선방(6회)이 없었다면 패배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전에서 16회의 크로스를 허용했고, 14회의 크로스를 막아 냈다. 데이터상 크로스에 대한 대처가 훌륭한 것처럼 보이지만, 위치 선정이나 헤딩 처리 등 실제적으론 부족한 점들이 있다.

볼 키핑 능력이 좋은 선수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 북한 김유성이 볼을 관리한 뒤 이어 주는 패스를 제대로 막지 못해 여러 차례 위기에 봉착했던 것은 한국이 일본 수비를 공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수비나 미드필더들 자체의 수비 복귀 시간이 빠르진 않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면 일본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어떤 팀이든 볼 다툼 상황에서 승리와 이후 세컨드 볼 소유를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다양한 전술적 움직임을 준비한다. 일본은 중국과 볼 다툼 상황에서 55.3%(94회 가운데 52회)로 볼을 따내며 대체로 우세했다. 하지만 왼쪽 측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일본과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이 볼 다툼에서 약하다는 점을 활용해 공격해야 한다.

▲ 교체 투입되는 가와마타(왼쪽)

◆ 키플레이어① J리그 득점왕 고바야시 유

일본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는 J리그 득점왕이자 최우수선수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11번 고뱌아시 유다. 이번 시즌 J리그에서 33경기 23골을 기록했다. 중국전에서 경기 막판 한 골을 터뜨렸다. 고바야시는 패스 플레이 위주의 공격 패턴에서 중심을 잡는 연계 플레이에 능하다. 골 결정력에서도 강점이 있어 한국 수비진이 주의해야 한다. 고바야시는 중국전에서 2회 키 패스를 시도해 중국 수비진을 위협했고, 8차례 슛으로 골문을 두드린 끝에 득점에 성공했다.(유효 슈팅 2개)

하지만 177cm의 키로 공중볼 다툼 등 신체 능력에선 약점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한국은 높이에 강점이 있는 수비수보단 주력과 패스 차단이 좋은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 키플레이어② 패스 플레이의 키, 곤노 야스유키와 이데구치 요스케

일본은 짧고 간결한 패스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스타일이다.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중앙 미드필더진이 중요하다. 곤노와 이데구치가 이런 점에서 두드러진다. 곤노는 젊은 일본 대표 팀 구성에서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곤노는 북한전에서 선발진이 기록한 560개 전체 패스 가운데 113개 패스(전체의 약 20%)를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 88%를 기록했다. 중국전에선 패스 정확도가 92.9%에 달했고, 2회 키 패스를 기록해 일본 패스의 구심점이 됐다.

1996년생 유망주 이데구치도 요주의 인물이다. 이데구치는 위치 선정, 크로스, 패스에 강점이 있다. 북한전에 선발로 출장해 100회 볼 터치(일본 총 터치 691개)를 하면서 중원에서 베테랑 곤노와 함께 일본의 공격을 이끌었다. 80개 패스와 88.5% 성공률을 보이면서 중원에서 볼 배급에 합격점을 받았고, 2개의 슛을 모두 유효 슛으로 기록해 공격적 측면에서도 좋은 경기를 했다.

이 두 선수의 패스 플레이를 막기 위해선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유기적인 수비 라인을 형성해 상대의 패스 길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키플레이어③ 또 다른 공격 옵션, 가와마타 겐고

가와마타는 후반 25분 이후 교체 투입된 선수다. 184cm로 공중볼에도 강점이 있고, 발 기술도 갖췄다. 일본이 2경기 모두 후반 35분 이후에 득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와마타 교체 출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북한전에서 보여 준 헤딩 유효 슛과 중국전에서 수비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슈팅을 시도해 첫 골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장면은 가와마타의 장점을 보여 준다. 

정리=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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