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영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여자부 최하위 흥국생명이 시즌 첫 연승을 거뒀다. 2연승의 중심에는 이재영(21)과 크리스티나 킥카(25, 벨라루스)가 있었다.

흥국생명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0(25-22 25-22 27-25)으로 눌렀다. 흥국생명은 올해 트라이아웃에서 선발한 테일러 심슨(24, 미국)이 고관절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고관절 근육을 다쳤다. 심슨이 빠진 흥국생명은 4연패 했다.

긴급 수혈한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나의 빠른 적응

이재영이 고군분투했지만 연패에서 탈출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급하게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았다. 그는 루마니아 리그에서 뛰고 있던 크리스티나였다.

애초 크리스티나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트라이아웃 때부터 점찍어 놓은 인재였다. 트라이아웃에서 크리스티나는 다른 구단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크리스티나는 박 감독님이 트라이아웃 때 보고 선발 목록에 올랐던 선수"라고 귀뜀했다. 흥국생명은 기교파인 크리스티나보다 높이와 힘이 좋은 심슨을 선택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와 흥국생명은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심슨이 부상으로 미국에 돌아간 뒤 박 감독은 크리스티나를 찾았다. 루마니아 리그에서 뛰고 있던 크리스티나는 흥국생명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크리스티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었고 한국 V리그를 준비했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듯 인연이 닿았고 이곳의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 팀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하는 크리스티나(가운데) ⓒ 한희재 기자

지난 1일 흥국생명에 입단한 크리스티나는 다음 날 열린 IBK기업은행과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크리스티나는 팀 최다인 17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36.58%에 그쳤다.

박 감독은 크리스티나의 적극적인 태도와 팀 적응에 높은 점수를 줬다. 10일 열린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그는 20점에 공격성공률 40.9%를 기록했다. 첫 경기와 비교해 한층 향상된 성적표였다.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를 3-0으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크리스티나의 가세로 이재영이 탄력을 받았다는 점이다.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20점을 기록한 이재영은 14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22점을 올렸다. 이날 크리스티나(26점)와 이재영은 48점을 합작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는 알레나 버그스마(27, 미국, KGC인삼공사)와는 상반된 스타일의 공격수였다. 알레나는 높은 타점과 힘을 활용해 강타로 상대 코르를 공략한다. 반면 기교파인 크리스티나는 연타와 페인트, 밀어 넣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득점을 올렸다.

과거 기교파 외국인 선수들은 상대 분석에 파악된 뒤 공격 위력이 떨어졌던 사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박 감독은 "트라이아웃을 할 때 크리스티나는 교체 선수 1번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빨리 합류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명 파괴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 운영을 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배구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과 연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 한희재 기자

꺼지지 않는 이재영의 존재감, 관건은 수비와 리시브

이재영은 현대건설과 경기 2세트와 3세트 막판 해결사로 나섰다. 전위 퀵오픈은 물론 과감한 백어택으로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다. 실전 경기에서 나타나는 대범한 공격에 대해 그는 "평소에는 정신력이 약한데 배구를 할 때는 다르다"며 "아마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영은 강소휘(20, GS칼텍스)를 제치고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 1위(225점)를 달리고 있다. 그의 진가는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나타난다. 이재영은 리시브 2위, 수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팀 수비와 디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득점과 블로킹은 최하위다. 약점이었던 공격력은 크리스티나의 가세로 상승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근성을 발휘하는 이재영의 존재감이 부활의 날갯짓이 됐다.

이재영은 "시즌 초반 우리 팀은 많이 흔들렸다. (지금은 최하위지만) 흥국의 반란이 될 거 같다. 앞으로 계속 이겨서 우승하면 좋겠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흥국생명의 다음 경기 상대는 1위 한국도로공사다. 현재 6연승을 달리고 있는 도로공사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흥국생명의 힘은 공격보다 수비에 있다. 안정된 리시브가 수비가 이루어져야만 이재영과 크리스티나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이날 경기의 숨은 주역은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3)이다. 그는 V리그 여자부 최초로 디그 8천 개에 성공했다. '흥국 반란'은 팀의 장점인 수비가 리시브가 흔들리지 않아야 가능하다.

박 감독은 "리그를 치르다 보면 여러 가지 요인이 생긴다. 선수들이 아무리 경기를 잘해도 지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경기를 잘하고 이기면 믿음이 생긴다. 이 점이 더 힘이 된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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