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대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정대현은 마무리 투수다. 아니 이젠 과거형을 써야 한다. 그는 마무리 투수였다.

늘 마지막을 지킨 것은 아니다. 중간 계투로 뛴 시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에겐 마무리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마무리 투수라고 하면 먼저 150km를 웃도는 파이어 볼러가 떠오른다. 하지만 120km대 패스트볼을 지닌 정대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었다. 그만큼 임팩트 있는 상황을 많이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대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두 번의 시간이 있었다. 2007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무리의 순간이 그렇다.

2008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율을 안겨주는 장면이었다. 1점차 1사 만루. 빗맞은 타구 만으로도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정대현은 구리엘을 병살로 솎아내며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베이징 올림픽 보다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정대현은 그 이유를 "2007년은 제대로 마무리 투수를 했던 첫 해였다. 아프지 않고 1년을 제대로 지킨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첫 우승이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컷던 해였다. 솔직히 더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2007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정대현은 김성근 당시 SK 감독과 면담을 하게 된다.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아줄 수 있겠는가. 자신이 없다면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뽑겠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그 자리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1년간 그 약속을 충실하게 지켜냈다. 그가 베이징 올림픽 보다 2007년의 우승을 더 깊게 가슴 속에 갖고 있는 이유다. 남자로서 약속을 지켜낸 셈이었기 때문이다.

정대현은 누구 보다 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처럼 여겨졌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은 결국 정대현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그의 현란한 투구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대현은 "좋은 기억을 많이 안고 떠난다. 그동안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특히 롯데와 롯데 팬들에게 죄송하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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