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병규-허도환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올해로 4회째를 맞은 KBO 2차 드래프트가 총 26명의 유니폼을 바꿔 입혔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17 KBO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됐다. 여느 때처럼 비공개로 약 20 분 동안 치러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총 26명의 선수가 새로운 팀을 찾았다. 8개 팀이 3명의 선수를 지명했고, 두산은 3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며 2명을 데려갔다. 넥센은 지명권을 1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유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지난 3차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망주 유출 현상이 심해지면서 올해부터는 1~2년차 선수들이 자동 보호되게끔 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루키들을 빼고 나니 40인 보호 명단을 짜는 데 여유가 많아진 것이다. 그만큼 지명을 하는 입장에서 고를 만한 '알짜배기 선수'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선수들에게 1군 기회를 주자던 본 목적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6명의 선수들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우선 베테랑들이 새 둥지를 틀었다. LG에서 점점 기회를 잃어가던 외야수 이병규가 롯데의 부름을 받았다. 한화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포수 허도환도 백업 포수 고민을 안고 있던 SK로 향한다. kt 트레이드 후 부진했던 파이어볼러 최대성은 두산에서 재기를 노린다. 적지 않은 나이에 팀을 옮기는 것이 선수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대로 저물 수도 있던 그들의 선수 생활에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친정으로 돌아온 선수들도 있다. 내야수 손주인은 5년 간의 LG 생활을 마치고 다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2002년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투수 고효준은 SK와 KIA를 거쳐 다시 롯데로 돌아간다. 2013년 NC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투수 박진우는 2015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갔지만, 경찰청 복무 중에 다시 NC의 지명을 받는 '리턴 픽'의 주인공이 됐다. 한 번 떠났던 팀에 되돌아오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 각자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지난 기억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왼쪽부터 손주인-고효준.

박진우와 함께 투수 조현우(롯데→kt), 외야수 이진석(SK→LG), 외야수 김지수(롯데→한화), 내야수 신민재(두산→LG)는 군 복무 도중 2차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최초의 선수들이다. 개정된 규정에서는 군 보류 선수가 자동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특히 이진석, 김지수, 신민재는 현역병으로 복무 중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각 구단들이 오래전부터 눈여겨봐왔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도 있다. 외야수 강지광은 이번 2차 드래프트로 넥센을 떠나 고향 팀 SK 유니폼을 입는다. 인천고 시절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프로 입단 후 타자 변신을 꾀했지만 잦은 부상에 발목 잡혔다. LG 코치 시절부터 강지광을 아꼈던 염경엽 SK 단장은 그를 다시 투수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먼 길을 돌아온 강지광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게 됐다.

여전히 2차 드래프트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미 선수 전력층이 얇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각 팀의 1군 엔트리는 최대 27명이다. 40인 보호선수 명단 밖에 있는 선수들이 타팀에 가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겠냐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신선한 변화는 즐거운 도전을 부른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된 26명의 선수들이 이번 지명을 도약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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