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하게 하겠다"던 김태완 감독이 드디어 승리를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부산, 유현태 기자] 해탈(解脫). 불교에서 인간의 속세적인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상태로 불교의 이상적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상주상무는 코칭스태프부터 집착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상주는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을 치르고도 시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11위로 시즌을 마쳐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를 돌파한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을 걸고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더 떨어질 곳이 없어져서야 조급증이 사라졌다.

김태완 감독은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편안하게 경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에 선수들을 다그친 것도 있다. 어차피 2차전도 있으니 선수들을 믿고 편안히 경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승리하려는 의지가 때론 도움이 되지만, 부담감이 심해지면 경기력으로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집착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3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퇴장해 피치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여름에게도 특별한 질책도, 조언도 없었다. 그저 김 감독은 믿기로 했다. "별 말 하지 않았다. 잘하는 것 하라고 했다. 여름이 미안해하고 눈치 보는 게 보였다."

그 결과는 값진 승리로 돌아왔다. 상주는 22일 '적지'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부산아이파크를 1-0으로 꺾고 2017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전반 8분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여름의 선제골과 다부진 수비로 부산의 맹공을 견디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 여름도 자신감을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여름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감독, 코치 선생님들부터 내려놓은 것이 느껴진다. 편안하게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8경기 무승 끝에 거둔 귀중한 승리이자, 지난 4월 23일 광주FC전 이후 약 7개월 만에 거둔 무실점 승리. 과정보다도 결과가 중요한 경기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할 수 없는 힘이 된다.

"분위기 반전은 이미 됐다." - 여름(승강 PO 1차전 승리 뒤)

김 감독은 오랜만에 승리에 근심을 덜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해 기쁘다. 자신감을 찾고 활기차게 움직이길 바란다"며 2차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2차전에서 상주는 무승부 이상을 거두면 클래식 잔류를 확정한다. 부산의 경기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어차피 이번 경기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이겨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경기에 집중하는 상주는 또 한번 클래식 잔류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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