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2008년 8월 22일. 한국은 한 타자의 홈런에 울고 웃었다. 

경기 그 이상 의미가 있는 한일전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펼쳐졌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이 쏘아 올린 타구가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 홈런으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6-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올랐고 9전 전승 금메달 영광을 차지했다.

한일전은 종목을 불문하고 늘 화제를 낳았다. 야구에서도 늘 한일전은 주목받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한일전이 열리면 경기에 온 국민이 집중했다. 야구팬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한일전이 앞서 언급한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이다.

올림픽 한일전만큼 무게감을 가진 대회는 아니지만 또 다른 한일전이 펼쳐진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마지막 무대가 19일 펼쳐진다. 한국 대만 일본 세 나라 프로야구 미래들이 기량을 뽐낸 가운데 한일전이 대회 마지막 무대가 됐다.

'국민 타자'가 일본을 무너뜨린 홈런을 터뜨린 지 10여 년이 흘렀다. 드라마 같은 홈런을 치며 '약속의 8회'를 늘 실천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은 은퇴를 알리고 선수로서 삶을 마쳤다. '36번'이라는 등 번호를 한국 야구팬들 가슴에 새기고 그는 떠났다. 그는 떠났지만 소속 팀에서부터 그를 따르며 배우던 까마득한 후배가 한일전에 나선다. 구자욱이다.

이승엽 등 번호 '36번'은 삼성 라이온즈 영구결번이다. 구자욱은 이승엽을 향한 존경심을 표하며 대표 팀 유니폼 등 번호를 36번으로 정했다. 소속 팀에서는 달지 못하지만 대표 팀에서나마 '전설'이 가진 기운을 받고 뒤를 잇기 위한 의지로 보인다.

중요한 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는 점을 시작으로 두 선수가 대회 내내 부진한 점과 팀 내 두 선수 위치까지. 우연처럼 비슷하게 이어진다. 구자욱은 대회 첫 경기였던 한일전에서 5타수 무안타, 2차전인 대만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이 떠오를 법한 상황이다. 구자욱은 이번 대표 팀 주장이다. 이승엽은 당시 주장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기둥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이승엽 등 번호는 '36번'이 아닌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쓰던 '25번'이었다.

구자욱은 대표 팀에서 3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구자욱 침묵에도 한국은 1승 1패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회 두 번째 한일전이라는 특수와 결승전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중심 타선으로 출전하는 구자욱 활약이 대표 팀에는 필요하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이승엽 홈런 이후 연거푸 타자들이 장타를 터뜨리며 일본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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