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이민호(왼쪽)를 다독이는 하주석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선수들 얼굴을 못 보겠더라."

일본에 충격의 역전패를 허용했던 순간. 더그아웃에 함께 있던 KBO 관계자는 차마 선수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한국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9회까지 4-3으로 앞서다 불펜진이 1점 차 부담을 견디지 못해 4-4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연장 10회 승부치기 싸움 끝에 7-8로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는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하인 선수들이 나선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부분. 더그아웃 분위기만 봐도 느껴졌다. 경기를 리드하고 있을 때와 일본에 추격을 허용할 때 더그아웃의 온도 차가 심했다. 

강싱잠이 필요한 불펜 투수들은 부담이 더욱 심했다. 선동열 한국 감독은 9회 마지막 투수로 김윤동(KIA)을 선택했다. 연습 경기 때 가장 좋은 투구를 펼친 투수였다. 믿고 올릴 만했다. 

그러나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김윤동은 1사에서 연달아 볼넷 2개를 내주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감독은 "한국 투수(김윤동)가 압박을 받는 거 같아서 볼넷을 계속 얻으면서 기회를 이어 가려고 했다. 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압박해서 1점을 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 이민호(가운데)를 다독이는 류지혁(왼쪽)과 하주석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한국은 1사 만루 위기에서 급히 함덕주(두산)를 마운드에 올렸다. 함덕주는 선 감독이 선발투수가 흔들렸을 때 불펜 '키맨'이 될 수 있는 2번째 투수로 꼽은 투수다. 믿었던 함덕주마저 흔들렸다. 함덕주는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연장 10회 1사 1, 2루에서는 우에바야시 세이지에게 중월 3점포를 얻어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KBO 관계자는 "함덕주가 벤치로 돌아와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민호도 다르지 않았다. 이민호는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끼하는 동안 마운드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동료들이 다가가 '괜찮다'고 다독인 뒤에야 발걸음을 뗐다.

지난 경기는 잊고 빨리 분위기를 추스리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17일 대만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결승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은 임기영(KIA), 대만은 천관위(지바롯데)가 선발 등판한다. 천관위는 대만이 와일드카드로 뽑은 에이스다.

한국은 16일 일본전에서 투수 7명을 기용했다. 대만전에서는 한일전에 나서지 않았던 임기영과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결승전을 고려해 김대현(LG)과 박세웅(롯데) 가운데 한 명을 남겨둔다고 가정하면, 김명신(두산) 심재민(kt)만 남는다. 박진형(롯데)과 장필준(삼성), 구창모(NC)는 연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넥센)은 동료들을 대표해 "졌다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승에서 일본과 한번 더 붙고 싶다"며 대만전 필승을 다짐했다. 한국 야구 미래들은 충격패의 아픔을 빨리 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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