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리에타 곤살레스 ESPN 콜롬비아 기자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유현태 기자] 10월 유럽 원정 A매치는 악몽 같았다. 러시아와 모로코 2진 선수들에 완패했다. 지난 1년 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 내내 부진했다. 신뢰와 지지를 잃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이 한 달 만에 확 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2위까지 추락한 한국이 FIFA 랭킹 13위를 달리는 강호 콜롬비아를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1로 꺾었다. 

일각에서는 콜롬비아가 준비 부족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콜롬비아는 장거리 비행을 왔다. 한국도 유럽파가 있지만 남미에서 뛰다 온 선수들은 20여 시간을 비행했다. 유럽에서 온 선수들도 한국의 기후와 환경이 한국 대표 선수들과 비교하면 적응이 더 어려운 면이 있다. 콜롬비아가 한국 원정에서 내용상 완패를 당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속도가 빠르고 많이 뛰는 팀이었다.전반전에 한국의 속 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한국이 전반전에 모든 면에서 우리에 앞섰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해보지 못한 선수가 많이 모였고, 여러 나라에서 선수가 왔다. 시차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다. 먼 거리를 와서 두 번의 훈련 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어려움도 토로했다.

▲ 콜롬비아 득점자 크리스티안 사파타 ⓒ한준 기자


◆ 콜롬비아 이구동성…시차 피로보다 한국이 잘했다

득점을 올린 콜롬비아 주전 수비수 크리스티안 사파타(31, AC밀란)도 한국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한국 선수들은 강한 개성을 가졌고, 공격성이 강하더라. 전술적으로 훌륭한 경기했다. 아주 빠르더라. 한국 선수 중에는 손흥민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개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뛰었다. 팀으로 뛰었다는 점에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한국은 팀으로 강했다.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다. 까다로운 팀이고, 좋은 축구를 하는 팀이었다."

사파타는 장거리 비행과 시차 문제를 묻자 “우리는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차도 있었고 장거리 비행도 있지만, 이 경기는 무엇보다 서로 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며 조직력의 무제가 더 크다고 했다. 

이 점에 대해선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홋스퍼에서 뛰는 다빈손 산체스(21)의 생각도 같았다. “경기 초반에 상대의 경기 방식에 놀랐다. 후반전에는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추가골로 심적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회복하지 못했다. 컨디션은 좋았다. 개인적으론 경기 능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차가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월드컵에 나설 때 좋아져야 한다.”

콜롬비아 기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콜롬비아 방송국 '카라콜(CARACOL)'의 후안 파블로 기자는 "최근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아 변화가 심했고,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다. 팀 전체적으로 다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진이 눈에 띄었다"면서 "7번(손흥민) 선수가 아주 빠르고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SPN 콜롬비아의 줄리엣 곤살레스 기자는 “시차와 비행이 영향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그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면서도 그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콜롬비아는 예선부터 문제가 있었다. 플레이 기반에 문제 있었다. 개인 능력으로 골 넣었다. 단단한 팀을 만나면 어려움 겪었다. 오늘 벌어진 일은 감독이 제대로 팀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완전한 문제다.”

줄리엣 기자도 한국 대표 팀의 경기력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다”며 호평을 늘어놨다. “한국의 플레이를 즐겼다. 등번호 7번이 대단했고, 두 풀백 모두 대단했다. 역동적이었다. 쉬지 않고 공격하더라. 환상적이었다. 나는 이렇게 전술적으로 잘 조직된 팀을 사랑한다. 기술적으로나 팀적으로 협업하는 축구가 잘 이뤄지는 걸 보기가 아주 좋았다. 월드컵 본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아 남아있긴 하지만, 한국은 현대적인 축구를 하고 있고 수준이 높다.”

▲ 콜롬비아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 ⓒ유현태 기자


◆ 콜롬비아 부진 진짜 이유는 선수 실험과 미비한 조직력

줄리엣 기자는 이번 콜롬비아 대표 팀에 기존 주력 선수가 상당수 빠지고 실험을 위해 선발한 선수들이 기대만큼 경기를 못한 것, 그리고 이로 인해 조직력이 좋지 않았던 것이 전반전의 처참한 경기력과 결과적인 패배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페케르만 감독이 월드컵에 데려가기 위한 새로운 선수들을 찾고 있고, 보고 싶어 한다. 남미 예선에서 못한 선수도 있었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선수, 대안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 후반전에는 본래 포지션에서 주전인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콜롬비아의 축구를 어느 정도 찾았다.” 

줄리에타 기자는 또다른 면으로 남미 리그 경험이 대부분인 콜롬비아 선수들의 성향 문제도 짚었다. 

“한국은 3명의 선수가 번갈아 하메스를 막고, 공격하고, 전환하더라. 효율적이었다. 독일, 잉글랜드 등 현대 축구에는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축구철학이다. 하지만 남미 축구는 아직 ‘조고 보니토(아름다운 플레이)’나 창조성을 더 중시한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은 달라졌지만 아직 남미 리그에 뛰는 선수들이나 대표 팀 차원에선 이런 축구에 더 적응해야 한다. 아직 콜롬비아는 과거 발데라마처럼 발 밑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한다.” 

이번 대표 팀에는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풀백 산티아고 아리아스(PSV 에인트호번),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아스널)가 부상으로 빠졌다. 윙어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는 한국에 왔으나 역시 부상에서 다 회복하지 못해 경기에 뛰지 않았다. 주전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피오렌티나)도 후반전에 나왔다. 카를로스 산체스 투입 이후 콜롬비아의 경기력이 즉각 회복되기도 했다.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비야레알)도 컨디션 문제로 후반 중반에야 투입됐다.

이들 외에 테오필로 구티에레스(후니오르), 루이스 무리엘(세비야), 맥넬리 토레스(아틀레티코나시오날), 다니엘 토레스(알라베스), 파블로 아르메로(바이아) 등 베테랑 선수, 유럽 진출 선수들을 뽑지 않고 새 얼굴을 봤다. 레프트백 포지션에도 이날 세 번째 A매치 경기를 한 윌리암 테시요(산타페)가 뛰었다. 주전급인 프랑크 파브라(보카주니어스)가 후반전에 나왔다.

콜롬비아 선수들도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 호흡 문제를 가장 큰 부분으로 봤다. 사파타는 “모든 면에서 아주 어려운 경기였다. 이번 대표 팀에는 함께 해보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후반전에는 좀 나아졌다”고 했다. 다빈손 산체스는 후반전 경기력 개선에 대해 “후반전에는 더 소통하고 수비나 공격 방식 모두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페케르만 감독은 “먼 거리를 와서 실제 훈련한 게 이틀 밖에 안된다”며 새로 대표 팀에 들어온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사이 유기성이 떨어진 게 경기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 했다.

A매치 5경기 무승(3무 2패)을 기록 중인 콜롬비아는 아직 확고한 조직을 갖추지 못했고, 선수 실험을 진행하는 와중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개개인의 기술과 능력, 신체 능력은 좋을지 몰라도 팀으로는 낙제점인 상태다. 콜롬비아 언론은 중국전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콜롬비아 선수들도 “중국 역시 빠르고 조직적인 팀이라 어려운 상대”라고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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