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WTA 파이널에서 우승한 캐롤라인 보즈니아키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올 시즌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러나 저는 다시 돌아와 우승했고 이 타이틀(WTA 파이널 우승)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무관의 여제' 혹은 '만년 이인자'로 불린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7, 덴마크, 세계 랭킹 6위)가 올 시즌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 여왕에 등극했다. 보즈니아키는 29일보즈니아키는 29일 싱가포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WTA BNP 파리바 파이널 단식 결승전에서 비너스 윌리엄스(37, 미국, 세계 랭킹 5위)를 세트스코어 2-0(6-4 6-4)으로 이겼다.

보즈니아키는 2010년 파이널 결승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킴 클리스터스(34, 벨기에)에게 1-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7년 만에 파이널 결승에 진출한 보즈니아키는 7번 만나 모두 졌던 윌리엄스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며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보즈니아키는 총상금 700만 달러가 걸린 이번 대회에서 224만7천 달러(약 25억4천만원)를 챙겼다.

▲ 2017년 WTA 파이널에서 우승한 캐롤라인 보즈니아키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GettyIimages

'무관의 여왕' 오명 벗어던지고 '파이널 퀸' 등극

보즈니아키는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적인 선수가 될 인재로 평가받았다. 2009년 그랜드 슬램 대회인 US오픈 결승에 진출했지만 클리스터스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듬해 WTA 투어에서 승승장구하며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보즈니아키는 세계 1위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무관의 여제'라는 평도 들었다. 그랜드 슬램 우승이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다시 한번 US오픈 결승에 진출했지만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35,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5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린 그는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세계 랭킹은 70위대 권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보즈니아키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상을 털어낸 보즈니아키는 2010년 전성기 때의 기량을 회복했다. 장기인 탄탄한 수비와 코트 커버 능력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는 약점도 이겨냈다. 여전히 보즈니아키는 공격력과 서브에서 약점을 드러냈지만 올 시즌 다양한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올 시즌 보즈니아키는 지난 8월까지 WTA 투어에 6번이나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레이 퍼시픽 오픈에서 우승하며 간절했던 시즌 첫 우승 컵을 품에 안았다.

이번 파이널에 보즈니아키는 6번 시드를 받았다. 레드 그룹 배정을 받은 그는 세계 랭킹 1위 시모나 할렙(26, 루마니아)과 엘리나 스비톨리나(23, 우크라이나, 세계 랭킹 4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이는 세계 랭킹 3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25, 체코)였다. 보즈니아키는 끈끈한 수비를 앞세워 3년 연속 WTA 서브 1위에 오른 플리스코바를 봉쇄했다. 플리스코바를 2-0으로 잡은 그는 2010년 이후 7년 만에 WTA 파이널 결승에 진출했다.

▲ 2017년 WTA 파이널에서 우승한 캐롤라인 보즈니아키(왼쪽)와 비너스 윌리엄스 ⓒ GettyIimages

'전설' 윌리엄스의 벽 마침내 넘어

7년 전 파이널 결승전에서 보즈니아키는 US오픈 결승에서 패배를 안겨준 클리스터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29일 열린 파이널 관중석에는 공교롭게도 클리스터스가 있었다. 보즈니아키의 결승전 상대는 '백전노장' 비너스 윌리엄스(37, 미국, 세계 랭킹 5위)였다. 보즈니아키는 어린 시절부터 윌리엄스 자매를 동경하며 성장했다. 특히 세레나 윌리엄스와는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보즈니아키는 비너스 윌리엄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며 승자가 됐다. 보즈니아키는 영국 매체 BBC스포츠를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우승자로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보즈니아키는 비너스 윌리엄스를 만나 기념 촬영을 했다. 자신보다 10살이나 더 많은 윌리엄스를 꺾은 그는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이했다.

보즈니아키는 "비너스(윌리엄스)는 위대한 챔피언이다. 그녀는 이번 우승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며 "(파이널 우승은) 지금까지 제가 이룬 것 가운데 가장 큰 타이틀이다"고 덧붙였다.

▲ 어린 시절 비너스 윌리엄스와 기념 촬영을 한 캐롤라인 보즈니아키(오른쪽) ⓒ WTA 홈페이지 캡처

이번 파이널 결승을 치르기 전까지 보즈니아키는 비너스 윌리엄스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윌리엄스와 상대 전적 7전 7패였던 보즈니아키는 8번째 대결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보즈니아키는 "'8'이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한다. 윌리엄스를 한 번이라도 이기려면 이번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9년 파이널 우승자인 윌리엄스는 8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다. 비록 두 번째 파이널 우승은 놓쳤지만 37살의 나이에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윌리엄스는 2세트 0-5로 뒤진 상황에서 4-5로 따라잡는 저력을 발휘했다. 윌리엄스는 "나는 이곳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명예다. 8명의 선수만이 이 무대에서 뛸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말 늦을 때까지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없었다.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파이널 정상에 오른 보즈니아키는 내년 첫 번째 그랜드 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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