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포항, 조형애 기자] '간절함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우리는 ★ 포항이다.'

과연 그랬다. 포항 스틸야드 응원석 바로 위에 걸린 걸개의 문구처럼, 한 발 더 뛰니 승리가 뒤따랐다. 그것도 강원을 상대로 5-2 승리. 희망이 절망이 되고, 또 절망이 환희가 됐던 포항의 90분이었다.

◆ 20일 오후 6시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스틸야드 금지어는 '전북전'

20일 포항행은 전날 갑자기 결정됐다. 담당 팀의 경기 중요도에 따라 행선지가 결정되는 운명. 포항 스틸러스, 한 해 농사 평가를 가늠할 정도로 중차대한 경기를 맞아 3일 만에 다시 포항행 열차에 올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날 포항의 스플릿 A그룹 진입 실패가 결정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킥오프 한시간 반 여를 남기고 도착한 스틸야드에는 암묵적인 금지어가 있었다. '전북전'이다. 29라운드에서 포항은 자존심에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 호기롭게 나섰지만 전북에 전반 채 1분도 안돼 골을 내줬고 결국 0-4로 졌다. 이날 이후 전북전은 입에 올리기 힘든 세음절이 됐다.

포항 관계자도 차마 그날 경기에 대해 말하지 못했단다. 멀쩡하던 머리를 싹 밀고 등장한 심동운에 대해 묻자 "모르긴 몰라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짐작만을 들려줄 뿐이었다. 최순호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침체된 분위기를 다잡으려 선수단과 사우나에 가선 괜히 '빠따' 이야기만 했을 뿐. "에이, 경기 이야긴 따로 안했지"라고 했다.

▲ 선제골을 넣은 룰리냐 ⓒ한국프로축구연맹

◆ 7시 30분 킥오프~전반 : 극적인 선제골 그리고 허망한 실점…여전히 승점 차이 '7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전북전은 졸전이었고, 강원에 마저 져 승점 차이가 10점까지 벌어진다면 스플릿 결정까지 남은 3경기를 다 이긴다고 해도 희망이 없다는 것까지 말이다.

위기 의식 속에서 발현된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확실히 달라도 뭔가 달랐다. "침착해", "이리와". 대화가 끊임 없었고 포항은 한 발 더 뛰었다. 전술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순호 감독은 측면 수비수 권완규를 센터백으로 기용했고, 풀백 전진을 조절하면서 보다 수비 안정화를 꾀했다.

이른 선제 실점으로 맥이 풀렸던 게 포항의 패배 루틴이었는데, 이날은 반대. 포항이 먼저 선제골을 넣었다. '까까머리' 심동운이 상대 수비 실수를 이끌어 낸 뒤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진입해 올린 짧은 크로스를 룰리냐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이후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 마쳤지만 달리진 게 있었다. 표정이다.

◆ 후반~ 경기 종료 : 1-2 → 2-2 → 3-2 → 4-2 → 5-2…그래도 '차분'했던 이유

전반이 발단-전개였다면, 후반은 위기-절정-결말이 함축된 45분이었다. 위기는 빠르게 왔다. 후반 8분. 친정 팀에 문창진이 비수를 꽃는 듯했다. 순식간에 착 가라앉은 스틸야드를 다시 달군 건 양동현이었다. 역전을 내준 뒤 2분만에 동점골을 넣었고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골들이 내리 3방이나 터졌다.

올시즌 1무 1패로 뒤져있던 강원에 승리. 그것도 올시즌 강원에 첫 한 경기 5실점을 안겨준 포항이었다.

▲ 까까머리가 된 심동운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후 최순호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경기를 앞두고 '사생결단'이라고 까지했던 그. 머리를 짧게 깎고 나타나 맹활약을 보인 심동운을 언급할 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심동운을 아침에 만났는데 머리가 짧아져 있었다. '각오가 남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김기동)코치에게 '내가 뭔가 하겠다'고 말했다는데, 실제로 경기장에서 활약을 펼쳐줬다."

심동운은 짐짓 진지했다. 포항이 추천하는 '예능 캐릭터'지만 이날은 만큼은 아니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반드시 이겨야 했어야 하는 경기였다. 동기부여를 위해 어제(19일) 머리를 잘랐다"며 "희생하려고 노력했고, 이기겠다는 각오가 정말 컸다. 골을 넣고 이기겠다고 코치님과 약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승점 6점을 얻은 대승. 반색은 있었지만 들뜨는 건 없었다. 배슬기가 "엄청 소리도 지르고 다들 좋아했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으나 포항 관계자는 "평소와는 달랐다. 생각보다 차분했다"고 했다.

스플릿 결정까지 잔여 경기 세 경기, 6위 강원과 승점 차이는 4점, 다음 상대는 서울. 포항은 곧바로 다음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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