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의 삼각편대, 메르텐스, 카예혼, 인시녜(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나폴리의 성적을 장담할 순 없지만,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 매력적인 공격 축구로 나폴리는 이번 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SSC나폴리는 23일(한국 시간) 프랑스 니스 스타드 데 니스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 2차전 OGC니스와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1,2차전 합계 4-0으로 니스를 완파하고 UCL 32강 조별 리그에 합류했다.

나폴리는 경기력으로 니스를 압도하면서 본선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활발한 전방 압박과 유기적이고 빠른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최전방에 배치된 스리톱과 중원의 조합이 나폴리의 힘이다.

반면 니스는 지난 시즌 돌풍과 달리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도 중요한 이유지만, 전술적으로도 나폴리와 궁합이 좋지 않았다.

▲ 니스 vs 나폴리 선발 명단

# 작지만 빠른 스리톱과 공격 축구

나폴리는 최전방에 로렌초 인시녜, 드리스 메르텐스, 호세 카예혼 스리톱을 내세웠다. 작지만 빠르고 역동적인 조합이다. 축구 선수로서 작다는 것은 확실한 강점이 있다. 보폭이 작아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큰 선수들에 비해 체력 소모도 적다. 작은 선수들이 섬세한 기술을 갖춘 경우도 많다.

전술적으로 작고 빠른 스리톱은 공수 양면에서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의 축구에 잘 어울린다. 일단 공격적으론 세 공격수는 중앙 쪽으로 좁혀 서서 개인 돌파와 연계 플레이를 섞어 가며 플레이했다. 워낙 개인 기술이 뛰어나고 발이 빨라 '거구'인 단테와 막심 르 마르샹이 대응하긴 쉽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도 능숙하게 움직였다. 단신 공격수들의 드리블 돌파를 막기 위해선 반칙이 필요했다.

스리톱이 좁은 중앙 지역에서 능숙하게 공격 전개하면서, 나폴리는 자연스레 측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은 공격력을 갖춘 풀백 엘세이드 히사이와 파우치 굴람의 공격 가담으로 이어졌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할 땐 낮고 빠른 크로스에 스리톱이 쇄도했다. 마렉 함식이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하면 스리톱의 효과는 극대화됐다. 나폴리의 공격은 단신 스리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후반 3분 스리톱이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뒤 인시녜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마렉 함식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함식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카예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경기 종료 직전엔 인시녜가 승리를 자축하는 골을 터뜨렸다. 메르텐스는 득점이 없었을 뿐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스리톱으로 시작해 스리톱으로 끝난 경기였다. 

# 스리톱 전방 압박과 중원의 활동량

나폴리의 수비 측면에서도 작고 빠른 스리톱의 가치는 높다. 나폴리는 수비 라인을 높이고 전방 압박을 활발하게 펼치는 팀이다. 스리톱이 조직적이고 빠른 전방 압박으로 빌드업을 방해했다. 덕분에 나폴리는 시종일관 니스를 압박하면서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나폴리는 90분 동안 112.1km를 뛰었는데, 103.6km를 뛴 니스보다 훨씬 높은 기록이다. 팀 전체가 많은 양을 뛰면서 니스를 압박했다.

스리톱의 전방 압박은 중원의 활동량과 맞물려 수비력을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전방 압박이 풀리면 되려 역습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활동량이 많은 나폴리의 중원 조합 알랑-조르지뉴-함식 조합은 활동량과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니스를 완전히 압도했다. 전방 압박을 벗어난 뒤에도 나폴리의 중원을 지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전방 압박을 펼치는 팀의 또 다른 약점은 넓은 '수비 뒤 공간'이다. 니스전에선 문제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은 수비를 펼쳤다. '전진'을 강조하는 사리 감독 스타일답게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수비했다. 공을 흘린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나폴리는 니스의 공격을 완벽히 통제했다. 다만, 지난 시즌 UCL에서 패배를 안겼던 레알 마드리드 같은 강팀을 다시 만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 "띠용~!" 나폴리 중원의 핵심, 마렉 함식.

# '중앙 집중' OGC니스의 약점

나폴리가 완전히 니스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술적 장점이 니스의 단점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니스는 중원 구성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꾸렸다. 전형적인 윙어가 없는 전술로 중원의 장악력을 높이는 전형이다. 측면 공격은 좌우 풀백들에게 맡기고 중원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한다.

하필 만난 것이 나폴리의 강력한 중원이었다. 나폴리 중원은 패스를 전개할 틈을 주지 않았다. 니스 미드필더들이 공을 잡는 즉시 빠르게 압박했다. 압박을 피하려면 수비 밀도가 낮은 측면을 활용해야 했지만, 윙어를 배치하지 않는 니스의 전술적 특성이 발목을 잡았다. 풀백에게 공을 전달해도 스리톱의 빠른 압박을 받아야 했다.

중원에서 패스가 풀리지 않으니 공격 전반이 답답했다. 최전방의 마리오 발로텔리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베슬리 스나이데르가 고립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알랑 생-막시맹이 저돌적인 개인 돌파로 빈 공간을 만드려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 골 결정력 보강이 과제

전력이 다소 약화됐다지만 프랑스 리그앙에 돌풍을 일으켰던 니스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2경기에서 2골씩 넣었고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순 없다. 경기 내용에 비해 득점이 적었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2차전에서만 22개 슛을 시도했다. 유효 슈팅이 8개에 불과했지만 좋은 찬스에서 슛을 골대 밖으로 날려 버린 것이 많았다. 득점 기회는 유효 슈팅보다 훨씬 많았다.

골 결정력을 높이는 것은 UCL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다. 나폴리는 지난 5시즌 동안 세리에 A에서 2위 2번, 3위 2번을 기록한 강호다. 2014-15 시즌 5위를 기록하면서 삐끗했을 뿐이다. 이제 유럽클럽대항전 무대에서도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 한다. 경기력도 올라왔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찬스가 왔을 때 득점을 해야 강팀을 꺾을 수 있다.

나폴리가 득점 찬스를 만드는 과정만큼, 마무리까지 세밀하고 정확하다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영상] [UCL] 니스 vs 나폴리 3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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