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백이 사라지면서 백승호와 바르사의 인연이 마무리됐다. ⓒ지로나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맨체스터시티와 앞으로 어떠한 협상도 하고 싶지 않다.” (바르사 구단 고위 관계자)


예정대로라면 지난 18일 스페인 라리가 클럽 지로나CF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던 백승호(20)는 스페인 현지 시간으로 21일 월요일에 입단 절차를 마무리했다. 백승호는 지로나와 3년 계약을 맺었는데, 지로나는 이적료 지불 없이 FC바르셀로나와 1년 계약을 남겨둔 백승호를 영입했다. 


이적이 아니라 퇴단 후 계약이다. 백승호는 21일 오전 바르사 구단 사무실에서 계약 해지 서류에 사인한 뒤 자유의 몸으로 지로나에 입단했다. 바르사 측은 본래 이적료 없이 보내줄테니 바이백 조항을 넣자고 협상해 합의했다. 그러다 계약 직전, 갑자기 바이백 조항을 철회하고 백승호를 풀어줬다. 백승호에게 잔여 1년 간 연봉도 지급한다.


백승호에 대한 지로나의 관심은 프리시즌 기간 내내 이어져 왔다. 일주일 가량 이어진 이적 협상의 관건은 ‘바이백 조항 삽입’이었다. 당초 백승호를 원하는 팀이 스페인 2,3부리그와 인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 등 다양했다.


바르사의 처음 입장은 계약 연장 후 임대였다. 바르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바르사는 자매구단인 스위스 2부 클럽 세르베테 임대를 권했다. 백승호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제라르드 로페스 바르사B 감독은 지인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마요르카 임대를 권하기도 했다.


과거 백승호를 라마시아에서 지휘했던 인물이 단장으로 부임한 코르도바 역시 백승호 측과 접촉했다. 최근 이승우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A 엘라스베로나는 한참 전 백승호에게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여러 이적 협상에 진척이 어려웠던 것은 바르사가 거듭 계약 연장 후 임대를 원했기 때문이다. 백승호 영입을 추진한 팀들은 FIFA 징계로 공백기가 있었고, 지난 2016-17시즌 바르사B에서 16분 밖에 뛰지 못한 백승호의 기량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의미있는 근거 자료는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을 준비하며 치른 친선 경기와 본선 경기에서의 기량이었다. 

▲ 라마시아 운영 실패로 바르사 이사진은 비판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체된 백승호 이적, 바르사는 연장 계약 후 임대를 바랐다


백승호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추후 더 높은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가진 팀들은 임대 조건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프리시즌을 지나 유럽 주요 리그가 서서히 개막하는 와중에 이적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바르사는 백승호가 이적에 대한 완강한 의지를 보인데다, 과거 백승호를 라마시아로 데려오는 과정에 주역이었던 기예르 아모르가 유스 디렉터로 오면서 입장을 풀었다. 아모르 디렉터는 백승호 측을 배려해 바이백 조항 삽입을 통해 이적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조건에 맞춰 백승호 영입 의지를 보인 팀이 지로나였다. 지로나는 2017-18시즌은 2군팀 페랄란다지로나B로 임대보내 감각을 높인 뒤 2018-19시즌부터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총 3년 계약을 통해 백승호의 진가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당초 합의된 바이백 옵션은 2018년 여름 발동시 30만 유로(약 4억 원), 2019년 여름 발동시 100만 유로(약 13억 원)로 소액이었다. 바르사 입장에서 언제든 백승호의 기량이 흡족하면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조건이다. 지로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조건이었다. 다만 완전 이적이라는 점에서 지로나도 투자 가치가 없는 거래는 아니었다.

▲ 라마시아에서 성장한 첫 한국인 백승호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백 조건 포기한 바르사, 이유는 맨시티와 불화


해당 조건으로 사인이 이뤄질 예정이던 18일, 급작스럽게 바르사 측이 자세를 바꿨다. 바르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단 고위 인사가 바이백 조항 없이 보내주라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아모르 디렉터가 공들여 만든 조건이 한 순간의 지령으로 없던 일이 됐다. 백승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온 아모르 디렉터도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백승호의 바이백 조항 제거는 바르사와 완전한 이별을 의미한다. 지로나에서 아무런 족쇄없이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개인 연봉 및 옵션 조건도 상향됐다. 지로나는 2군 팀이 아닌 1군 팀 훈련장 인근에 집을 제공한다. 주중 절반의 일정은 1군 팀과 보내고 경기를 앞둔 훈련만 2군에서 치르는 형식이다. 


유럽 이적 시장 사정에 정통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바르사가 백승호를 포기한 배경에 ‘메시 이적설’이 있다. 맨체스터시티가 메시 영입을 위해 움직인 사실에 불쾌감을 느낀 게 원인으로 추측된다. 지로나가 사실상 맨체스터시티의 위성 구단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로나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 후문이다.


“바르사 고위 인사 간의 의견 차이가 있던 것으로 한다. 큰 권한을 가진 한 인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는 맨체스터시티 측과 같은 테이블에서 협상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보였다. 지로나가 맨체스터시티와 연결된 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바이백 등의 상황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감정적 문제로 구단 차원에는 손해보는 결정을 내렸다.”


맨체스터시티에는 바르사의 전임 이사진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고,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도 재임 중이다. 지로나의 지분 절반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동생 페레 과르디올라가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바르사는 가브리엘 제주스 영입 경쟁에서도 맨체스터시티에 패해 자존심이 상했고, 메시에 대한 지속적 입질에도 심기가 불편하다.

▲ 백승호 바이백 철회 지시는 알려지지 않은 구단 수뇌부의 지시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해보는 결정 내린 바르사, 비판 받는 집행부


백승호가 향후 잠재력을 폭발시켜 좋은 선수가 된다면 아쉬울 일이지만, 1군팀에 더 관심이 깊은 고위 인사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다. 라마시아를 담당해온 바르사 담당자들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바르사는 라마시아와 유스 출신 선수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고, 정치적 이유로 선수를 선발하고, 1군에 보내는 문제로 구단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2016-17시즌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했고, 네이마르까지 잃었으며, 라마시아 운영도 비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바르사 현 운영진의 차기 집권 가능성도 위협 받고 있다. 


바이백 조항 없이 백승호를 ‘맨시티계’ 지로나에 내준 것은 또 하나의 후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바르사 현 집행부는 라마시아가 FIFA로부터 받은 징계의 책임 소지를 떠넘기는 것이 급급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해당 지역 선수 영입을 통한 마케팅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바르사의 운영철학이 흔들리고 있다.


혼란스러운 바르사의 상황과 관계 없이 백승호는 익숙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부담은 줄고, 조건은 좋은 상황 속에 진정한 프로 무대 도전에 나선다. 백승호는 2017-18시즌을 스페인 3부리그(세군다B)에서 보내지만, 상황에 따라 시즌 중 1군 조기 승격도 가능하며, 최소한 2018-19시즌에는 1군 정신 선수로 합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