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에 정착을 희망하는 라이언 피어밴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건일 기자] 3년 연속 최하위에 가까워진 막내 구단 kt는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몇 안되는 자랑이다. 

피어밴드는 리그에서 홀로 2점대 평균자책점(2.87)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가 5.13으로 헥터 노에시(KIA)에 이어 리그 투수 가운데 2위다. 게다가 마운드에서 부상을 참고 던지는 등 선발투수로 길게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타의 모범이 되며, 그라운드 밖에선 고영표 정성곤 등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진욱 kt 감독은 "경기력이나 외적인 자세 모두 누가봐도 에이스다. 투수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35만 달러(약 4억 원)이라는 저렴한 연봉이 알려주 듯 피어밴드는 '주류'가 아니다. 2015년 재계약에 실패한 헨리 소사를 대신해 넥센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앤디 밴헤켄이 돌아오면서 웨이버 공시 됐다. 그해 요한 피노를 방출한 kt의 부름을 받아 가까스로 KBO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원래 올 시즌엔 kt에서 못 뛸 뻔했다. 재계약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kt가 영입하려 했던 거물급 외국인 투수와 계약이 결렬되면서 스프링캠프가 임박했을 때 부랴부랴 다시 kt 유니폼을 입었다.

피어밴드는 "메이저리그는 이미 선수단 구성이 끝난 상태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kt의) 스프링캠프 일주일 전에 전화가 왔다. 너무 기뻤다. 어디서든 야구를 하기 위해 비 시즌에 계속 몸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바짝 준비하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고 떠올렸다.

이러나 저러나 kt에서 2시즌째를 맞이한 피어밴드는 kt 내 최장수 외국인 투수다. kt가 1군에 진입한 2015년 크리스 옥스프링을 시작으로 저스틴 저마노, 필 어윈, 앤디 시스코, 조시 로위, 요한 피노 등 kt에 입단한 여러 외국인 투수 모두 부진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올 시즌 너클볼을 장착하면서 기량이 만개한 피어밴드는 올해 나이가 32세로 야구 선수론 전성기다. 일본 등 해외 진출, 미국 복귀 등 여러 꿈을 꿀 수 있다. 하지만 피어밴드가 보는 곳은 하나다. "한국에서, 특히 지금 내 팀인 kt에 오래 있고 싶다. 정이 많이 들었다. 친한 선수, 이들이 많다. 비록 난 재계약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장수' 외국인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밴헤켄(넥센)이다. 니퍼트는 KBO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다. 2011년부터 올 시즌까지 7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뛰었다. 올 시즌 92번째 승리로 다니엘 리오스(90승)를 넘어 KBO 리그 외국인 투수 최다승 투수가 됐다. 외국인 투수로 최초로 통산 100승을 바라본다. 밴헤켄은 KBO 리그, 넥센에서만 6년째다. 지난해 세이부와 계약했다가 7월 넥센에 다시 돌아왔다. 통산 71승으로 외국인 투수 최다승 3위다.

한국, 그리고 kt에서 오래 뛰려는 피어밴드에게 이 둘은 롤 모델이다. 피어밴드는 "니퍼트나 밴헤켄이나 계속 한 팀에 있는 이유는 그 팀의 색깔과 맞고, 팀이 원하는 만큼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단하다. 나도 그렇게 됐으면 한다. 영광이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피어밴드가 꾸는 꿈이 한 가지 더 있다. 소속 팀 kt의 발전이다. "kt엔 고영표 엄상백 김재윤 등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난 매년 재계약을 기다려야 선수라서 기존에 있는 선수들과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단지 그 선수들이 지금처럼 성장해서 팀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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