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군함도’는 역사적인 사실에 류승완 감독의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그의 바람, 소원을 담았다. 가슴 아픈 강제 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영화 속에서라도 자유롭게 만들어 주고 싶은 소망이었다.
“내용적으로는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다. 영화 안에서라도 스스로 고난을 뚫고 탈출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은 어느 정도 이루고 싶은 것은 이뤘다고 했다.
스토리와 기술적으로 이루고 싶은 부분을 어느정도 이뤄냈다. 관객수는 상대적(손익분기점으로 따져 봤을 때)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낮지 않았다. 하지만 ‘군함도’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현재 이룬 오프닝 관객, 누적 관객 등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또 일본의 개봉 여부를 떠나 시간이 지난 후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사적으로 참과 거짓이 밝혀 질 것이고,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류승와 감독은 ‘군함도’와 관련된 수많은 행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혀왔다. 일본 기자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이야기 했다. 영화 외적인 논란과 이슈를 그동안 수없이 이야기 했다. 반복의 연속 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류승완 감독을 만나 영화에 담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이하 류승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군함도를 소재로 하면서 스스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을 영화 속에서라도 탈출 시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태반이다. 부산으로 들어오던, 조선인들이 타고 있던 배를 침몰 시킨 적도 있었다. 스스로 고난을 뚫고 탈출하는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루고 싶은 것을 이뤘다.
Q. 스토리 말고 기술적인 부분도 있나.
인물과 배경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화면에 담기길 바랐다. 내가 만들었던 그 어떤 영화보다 전, 중, 후경의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하고,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다. 등장하는 주요 배역들 뿐만 아니라 징용된 조선인들의 잔상을 인지해 주길 바랐다. 마지막 전투신에서도 모든 인문들이 한 화면에 담긴다. 기술적으로 전진한 것들이 있어 만족스러운 편이다.
Q. 초반 강옥(황정민) 등이 군함도에 도착한 후 나오는 참혹한 환경과 빠르게 흘러 나오는 안내 방송이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에서 음악이 같이 언급됐으면 한다. 음악이 흥겹다. 이 작품이 체험의 영화이길 바랐고, 실제 징용 당한 사람들의 상황을 관객들이 비슷하게 체험 했으면 했다. 군함도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처음 본 것처럼 관객들도 처음이다. 일본 노무계장이 친절한 음성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일본말을 못 알아 먹는 조선인이 태반이다. 빠른 속도로 쉴 틈 없이 이야기 하는데, 그곳의 조선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맥을 따라오지 못한다.
연출적으로 고심했던 장면이다. 음악과 화면이 역설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내가 즐겨 구사하는 연출법이다. 화면과 음악, 인문들의 상태를 보여주는데 굉장히 많은 정보를 쏟아 낸다. 있는 그대로만 쭉 보면 기괴한 느낌이 든다.
Q. 그런 연출법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
군함도에 내리기 직전 상황을 생각하면 한 쪽에서는 흥겨운 음악으로 흥분을 시키고, 어떤 상황인지 판단이 서기 전 구타를 한다. 비 이상적인 상황에 몰아 넣고, 다음으로 바로 넘어간다. 그런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연출 방식이다. 연설의 방법이다. 슬픈 장면에서 슬픈 음악을 쓰는 것은 너무 뻔해서 싫더라.
Q. 조선인은 무조건 착하게, 일본인은 무조건 나쁘게만 그리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를 다룰 때 친일파를 다루지 않는 것은 반쪽만 다루는 것이라는 내부의 자각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제대로 봐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역사 안에서 친일 척결이 되지 못한 상황에 대한 피로감들이 있다. 우리 안의 친일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제대로 청산되기 전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군함도에 살아가는 조선인들은 처절했고,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은 절박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철했다.
일부러 이성적이고 객관성을 유지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감정, 감성에 빠지는 것을 주의했다. 감성적인 태도가 조금만 들어가도, 소위 말하는 국뽕 영화처럼 보일 수 있었다. 처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과도한 민족주의 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Q.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든 캐릭터를 비중 있게 다뤘으면 산으로 갔을 수도 있지만, 그 매력들이 100% 살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단 매력적인 캐릭터라도 인지했다면 감사하다. 인물들의 개성이 느껴진다는 의미 아닌가. 등장과 퇴장이 명확한 인물도 있지만, 등장 자체만으로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연이 존재한다. 그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했다. 최칠성(소지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군함도의 삶을 쟁취하고, 이강옥과 악단들은 딸 소희(김수안)의 기지를 이용해 삶을 쟁취한다. 내가 세팅한 방식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맞췄다. 영화를 다시 찍는다고 해도 이 선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일본 개봉이 욕심 나진 않는가.
내가 선택하고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와 일본을 제외한 제 3국에서 봤을 때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영화로만 보일 수도 있다. 영화 개봉 유무보다 이 영화가 미칠 영향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참과 거짓이 밝혀질 것이고, 굉장히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봉 후 변화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