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R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K리그 전반기는 영상판독심판(VAR)의 엄청난 존재감이 확인된 시간이었다.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짧은 휴식기를 맞았다. 29일 베트남에서 올스타전을 치르고 다음 달 2일부터 리그가 재개된다. 올해 K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VAR 도입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016에서 공식적으로 도입됐고 최근 막을 내린 FIFA U-20 월드컵에 쓰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7월부터 K리그에 본격 도입됐다. 그리고 도입 직후 경기를 좌우하는 큰 요소로 자리잡았다. VAR 판정 대상은 골 상황, 페널티킥 미판정 및 페널티킥 오적용, 다이렉트 퇴장 판정(경고 2회는 적용 X), 징계조치 오류(예-반칙을 한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징계를 받았을 때)로 총 4가지다.

# VAR 시행 현황

VAR은 도입 후 치른 36경기에서 13번이 있었고 기록에 반영된 것은 10번이다. 레드카드 반칙이 4회, 득점 취소가 3회,페널티킥이 3번이었다. VAR은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레드카드를 주는 판정으로 한 팀의 수적우위, 한 팀은 수적열세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 축구인 만큼, 골 취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VAR 도입 첫 날부터 골 취소가 2번이나 나왔다. 1일 인천이 광주에 1-0로 앞선 후반 막판, 웨슬리가 추가골을 넣었으나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번복됐다. 0-0이나 인천이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면 이 VAR은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같은 울산이 수원에 2-1로 이긴 경기에서도 후반 16분 이종호의 골이 취소됐다. 당시 경기는 1-1로 팽팽하게 펼쳐져 골 취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 VAR 차량 내부 ⓒ 한국프로축구연맹
# 긍정적인 현장 반응

VAR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다. VAR이 시행되고 경기장에서 만난 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FC 서울 황선홍 감독은 "상당히 긍정적이다"며 VAR 도입의 성과를 평가했다. 특히 1일 인천과 광주의 경기에서 나온 웨슬리의 오프사이드 장면에 대해 "육안으로는 잡아내기 정말 힘든 장면을 VAR로 잡았다"고 말했다. 해당 경기의 당사자인 인천의 이기형 감독은 경기 후 "웨슬리는 안타까워 했지만 정확한 판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역시 VAR 도입 첫 날인 울산과 수원의 경기에서 울산 이종호의 골이 공격 과정에서 한승규의 반칙으로 취소됐다. 이를 두고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선수들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상황을 짚어내는 것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상대 팀인 울산 김도훈 감독도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한 판정이었다"고 밝혔다. 두 감독 모두 VAR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또 하나 현장에서 감독들이 비슷한 의견을 보인 것이 있다. 어쨌든 경기를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VAR 도입 첫 날 광주 남기일 감독은 "1년에 많은 경기를 한다. 손해보는 만큼 득을 볼 떄도 있다. 판정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팀이나 사정은 비슷하고 현재 심판 분들도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감독은 "어쨌든 심판 판정이 먼저 나온다. 우리는 경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이 깨진다는 약점이 있는데 그 깨진 흐름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다"고 밝혔다.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것이 '너무 신경쓰지 말자'다. VAR을 시행하는 주체는 주심이다. 주심이 VAR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시행하고, 부심과 VAR 감독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주심에게 건의한다. 주심이 받아들이면 VAR을 하고, 아니면 하지 않는다. 선수, 혹은 코칭스태프가 요청할 경우 징계가 주어진다. 아직까지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기형 감독은 "VAR 교육 후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한 이야기가 그것(VAR 요청을 하지 말라)이다. 선수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 너무 신경쓰다보면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기일 감독도 "늘 얘기하는 것이 '경기에 집중하라'다. 판정이든 VAR이든 심판이 하는 것이다. 판정은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그저 하던대로 하자고 했다. 단 위험지역에서 더 주의를 기율여하 한다. 수비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개선할 점은 없을까?

현장 분위기는 모두 호의적이다. 그렇다고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VAR 도입 전 가장 큰 우려는 경기 시간 지연이었다. VAR은 판독에 시간 제한이 없다. VAR 설명회에서 연맹 관계자는 R리그에서 테스트 한 결과 평균 20초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가장 길었던 경우가 1분 20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VAR 첫 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 수원의 경기에서 이종호의 골을 VAR을 판독하는데 6분이나 걸렸다. 당연히 경기 흐름은 끊겼다. 두 팀 감독은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흐름이 끊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황선홍 감독은 "VAR이 단점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줄여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종호의 골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경기를 늘어지게 할 정도로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VAR을 시행하는데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VAR을 통해 판독하는데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VAR은 골 상황, 페널티킥 미판정 및 오적용, 다이렉트 퇴장 판정, 징계조치 오류(예-반칙한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징계를 받았을 때)로 총 네 가지다.

이종호의 골 취소가 가장 논란이 많았다. 당시 골 장면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울산의 공격 시작에서 한승규가 반칙이 있었고 주심은 이를 VAR로 잡아 골을 취소했다. 하지만 한승규의 반칙과 이종호의 골 사이의 간격이 컸다. 시간상으로 10초가 지났고 공을 소유한 선수가 4명이나 있었다. 중간에 공의 소유가 수원 선수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골 상황으로 본 듯 하다. 김도훈 감독도 딱히 이를 어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승규의 반칙을 골 상황에 포함시키는 것은 누구나 납득하긴 힘들다. 보는 이에 따라 그렇지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생긴 상황이다.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정해 사전에 문제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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