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기태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박성윤 기자] 2000년대 접어들며 KBO 리그에서 왕조라고 불렸던 구단은 세 팀이다. 현대 유니콘스와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를 꼽을 수 있다. 여러 가지 팀 색깔이 세 팀에 '왕조'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은 안겼다. 세 팀 공통점은 탄탄했던 필승조다.

2000년 현대는 위재영 조웅천으로 이뤄진 든든한 불펜이 있었다. 위재영은 2000년 73⅓이닝을 던지며 3승 2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했다. 조웅천은 94⅓이닝 8승 6패 16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로 위재영을 완벽하게 지원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조용준 이상열로 이뤄진 불펜진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SK 왕조 시절인 2000년대 후반. SK 역시 강한 불펜진을 갖고 있었다. 2007년에는 정대현을 중심으로 조웅천 윤길현 가득염이 버티고 있었다. 2008년에는 정대현 윤길현 조웅천에 정우람이 가세했다. 2010년에는 정우람 정대현에 이승호가 SK 불펜을 지켰다. 지키는 야구의 대명사였던 삼성에는 권오준-권혁의 '쌍권총' 라인부터 정현욱, 안지만 오승환이 있었고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 뒤에는 임창용이 뒷문을 맡았다.

최근 KBO 리그에는 왕조가 없다.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성공했지만 통합 우승은 1회고 올 정규 시즌 우승에는 기적이 필요하다. 왕조라고 부르기에 기간이 짧다. '왕조'로 불렸던 팀들과 같이 탄탄한 뒷문을 자랑하는 팀도 부족하다. 역전 경기가 잦다.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 역전승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역전당한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다. 승리 기회를 잡아 승리로 잇는 힘은 강팀의 조건이다.

겨우내 최형우를 영입했고 최고 테이블 세터 이명기와 주전 포수 김민식을 트레이드로 부른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선발투수-타선 힘으로 60승 고지에 선착했다. 25일 현재 2위 NC 다이노스와 5경기 차다. 남은 맞대결 4경기에서 싹쓸이 패를 하는 등 크게 미끄러지지만 않으면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 제구에 애를 먹은 김진우. ⓒ 한희재 기자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 11-10으로 KIA는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타선은 골고루 안타를 뽑으며 승리에 필요한 점수는 안겼다. 반대로 마운드에서는 팀 약점이 고스란히 나왔다. 선발투수 임기영이 무너지면서 불펜들이 조기에 움직였다. KIA는 김명찬 김진우 박진태 임기준 홍건희 김윤동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7-6으로 앞선 상황에서 움직인 불펜이었지만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1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된 김진우는 이날 경기에서 주 무기인 커브 제구에 애를 먹으며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에게 역전 홈런을 맞았다. 경기는 승리로 끝났으나 KIA가 마운드에 올린 투수들 가운데 김윤동을 제외하고는 딱히 필승조로 부를 수 있는 투수가 없다.

KIA는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 우승 유력 후보이지만 NC 다이노스라는 변수도 있고 아직은 1위에 있는 팀일 뿐이다. 올 시즌과 함께 앞으로 시즌에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왕조'란 표현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큰돈을 투자해 선수를 영입했다면 단 한번 우승이 아닌 그 이상을 보는 게 맞다. KBO 리그 원조 '왕조' KIA가 2009년 이후 우승을 차지하고 잃어버린 타이틀을 찾기 위해서는 탄탄한 불펜 구축 숙제가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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