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던 스피스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임정우 기자] 조던 스피스(미국)의 디 오픈 우승 뒤에는 위대한 보기가 있었다.

스피스는 24일(한국 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 클럽(파 70)에서 열린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디 오픈(총상금 1025만달러)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2위 매트 쿠차(미국)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디 오픈 마지막 날 챔피언 조가 홀 아웃을 한 뒤 리더보드만 봐서는 스피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클라렛 저그를 품에 안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피스가 챔피언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스피스가 13번홀 티샷 실수를 범했을 때는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스피스는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 경기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흔들렸다. 스피스는 전반에만 3타를 잃으며 5타 차 선두를 달리다 우승을 내준 2016년 마스터스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후반에도 스피스는 주춤했다. 파 행진을 펼치며 기회를 엿봤지만 버디를 낚아채지 못했다. 13번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나며 경사가 심한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무리한 욕심을 부렸다간 한순간에 크게 타수를 잃을 상황. 공동 선두를 쿠차에게 허용하고 흔들릴 수 있었지만 스피스는 냉철했다. 스피스는 경사가 심한 러프 지역에서 치는 것 대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언플레이어블의 구제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티샷을 했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치는 것, 두 클럽 이내의 드롭을 하고 치는 것, 홀과 공을 연결해 직 후방으로 옮겨서 드롭을 하고 치는 방법이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스피스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스피스는 직 후방으로 나와서 세 번째 샷을 준비했다. 이 때 스피스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스피스는 세 번째 샷을 그린 주변까지 보낸 뒤 보기로 막아내며 우승 경쟁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선두 자리를 내준 스피스가 스퍼트를 냈다. 스피스는 14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15번홀 이글, 16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분위기를 탄 스피스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스피스는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 조던 스피스 ⓒ GettyImages

스피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13번홀 보기가 결정적이었다. 아마추어에게 보기를 잘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프로 선수들이 보기를 했을 때 위대한 보기라고 말하거나 박수를 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스피스가 이날 보여준 13번홀 보기는 버디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낸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 스피스가 만약 13번홀에서 더블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냈다면 승부의 향방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피스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고 PGA 투어 통산 11승,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이후 약 1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또 스피스는 마스터스, US 오픈에 이어 디 오픈까지 거머쥐면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까지 PGA 챔피언십만을 남겨놓게 됐다.

그랜드슬램은 1930년 보비 존스, 1935년 진 사라젠, 1953년 벤 호건(이상 미국), 1965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1966년 잭 니클라우스, 2000년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까지 단 6명에게만 허용된 대기록이다.

스피스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에 도전한다.

[사진] 조던 스피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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