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틴 니퍼트(오른쪽 끝)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중에 팬들이 나를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 베어스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더스틴 니퍼트(36, 두산)가 앞으로 등판하는 경기는 KBO 리그 외국인 투수의 역사가 된다. 니퍼트는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3피홈런) 3사사구 7탈삼진 6실점(5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6패)째를 챙겼다. 개인 통산 90승(41패)을 이룬 니퍼트는 외국인 최다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2002년~2007년, 90승)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평소와 비교하면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주 무기인 직구 54개를 던지면서 볼이 23개로 많았다. 니퍼트는 평소보다 슬라이더(40개)를 더 섞어 던지면서 6이닝을 버텼다. 타선은 홈런 3개를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날리며 패전 위기에 놓인 니퍼트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겼다. 두산은 9-6으로 역전승하며 2연승을 달렸다.

늘 그렇듯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니퍼트는 "솔직히 리오스와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좋은 성과라고 생각은 하지만, 6회까지 6점을 내주면서 많은 실수가 있었다. 힘든 경기였는데, 팀 동료들이 도와줘서 이런 일을 이룬 거 같다. 승패와 상관없이 동료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한국에서 7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이 길었던 2015년 시즌을 빼면 꼬박꼬박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지난 시즌에는 28경기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맹활약하며 정규 시즌 MVP로 뽑혔다. 

▲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이현승 ⓒ 곽혜미 기자
한 팀에서 오래, 또 꾸준히 활약한 니퍼트는 KBO 리그에서 뛰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팀 동료 마이클 보우덴(31)은 니퍼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말에 니퍼트는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나보다 더 뛰어난 좋은 투수들이 많다. 내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두산과 팀 동료, 코치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니퍼트가 1승을 더할 때마다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이 바뀐다. 남은 시즌 어떤 각오로 나설지 물었다. 니퍼트는 "끝까지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즐기고 싶다. 요즘 커리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늘 최선을 다하고 즐기고 싶고, 동료들과 같이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KBO 리그 최다승 외국인 투수로 거론될 때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뜻밖에 질문에 잠시 고민한 니퍼트는 "외국인 투수가 아닌 두산 베어스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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