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5승 6무 5패.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의 성적이라기엔 초라하다. 그러나 상주전의 화끈했던 공격 전개를 보면 반등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FC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6라운드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1-2로 졌다.

서울은 경기를 완전히 주도하고도 패했다. 서울은 슈팅 22개, 그 가운데 10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냈다. 상주는 고작 5개의 슛(유효 슈팅 3개)으로 2골을 넣었다. 

내용만 따지면 서울이 잘한 경기였다. 공격 전개 과정이 의미 없지 않았다. 다만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유효 슈팅의 대다수는 상주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걸리거나 마무리가 부정확해 골대 밖으로 흘렀다. 과정 자체는 좋았다.

황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찬스를 못 잡는 것이 문제지, 못 넣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무득점이) 길어지면 문제겠지만 찬스를 잡는다는 것은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면서 선발 출전한 윤승원에게 신뢰를 보냈다. 이 이야기를 팀 전체에 확장시킨다면,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 리턴패스의 마법

서울은 상주전에서 유기적인 패스 전개를 바탕으로 공격을 펼쳤다. 21일 벌어진 대구FC전과 딴판이었다. 상주와 대구의 수비력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리턴패스'다. 전반전 윤승원, 그리고 후반 교체 투입한 데얀 모두 중앙에서 무리하게 공을 끌지 않고 원터치패스로 동료에게 연결했다. 때론 측면 공격수까지 중앙으로 이동해 상주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서 공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원터치패스를 내줬다. 미드필더를 비롯한 주변 동료들은 리턴패스를 내주는 선수 근처로 재빨리 접근했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미리 움직이자 효과적으로 수비를 떨쳐내고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패스가 위협적인 위치로 투입되면 수비의 시선이 쏠리고 형태도 무너진다. 수비 간격과 형태가 흔들리는 그 때가 기회다. 간결한 리턴패스는 순간적인 수비진의 균열을 이용할 수 있다. 리턴패스는 수비 조직을 부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 침투와 스루패스

리턴패스로 상대 수비 형태를 무너뜨렸으면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할 차례다. 서울은 공격 2선의 침투가 특히 활발했다. 전반전엔 고요한-이석현이, 후반전엔 이석현-하대성이 가장 활발하게 공격수 근처로 접근하거나 침투했다. 골을 터뜨린 이석현을 비롯해, 하대성, 고요한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이른바 '3자 패스'도 많았다. 공을 주는 선수, 공을 받는 선수 외에 다른 선수가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로 절묘하게 침투했다. 수비의 시선은 공을 다루는 선수들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미리 공의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3번째 선수'는 뛰어난 수비수라도 따라붙기 쉽지 않다. 서울은 날카로운 '삼자 패스'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서울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조합과 측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공격력 덕분에 가능했다. 선발 출전한 중원 조합 고요한-이석현-주세종은 신체적으로 크지 않지만 빠르고 활동량이 많다. 기술도 뛰어나고 영리하다.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빈틈을 찾았다. 전반 36분 이석현의 득점도 영리한 침투에서 시작됐다. 

측면도 유기적이었다. 윤일록과 이상호는 측면으로 벌려섰다가도,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땐 중앙으로 좁혀 섰다. 두 선수가 이동하며 만든 공간을 측면 수비수 심상민과 이규로(후반 고요한)가 공략했다. 적극적인 크로스가 올라오면서 서울의 공격도 살았다. 

문제는 마무리였다. 서울은 '득점이다!' 싶었던 장면을 여러 차례 놓쳤다. 황 감독은 역전패에 "당황스럽다"면서 "의아할 정도로 득점이 없었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 강해지는 중원 조합, 7월 대반전을 노려라

희망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전보다 상주전의 경기 내용이 좋았다. 상주전 골 결정력 부족이 패인이었지만, 데얀, 박주영은 '킬러 본능'이 있는 선수들이다. 윤승원 역시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는 등 해결사 기질을 갖고 있다. 상주전 패배는 분명 골을 넣지 못해 졌다. 그러나 공격수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 볼 땐 '단기적 부진'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다.

'공격 축구'를 외친 서울의 반전이 시작될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하대성이 부상 복귀했고, 2013년 황 감독 아래서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던 이명주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중원의 든든한 공격 지원 속에 서울의 공격력에 불만 붙는다면 추격은 충분히 가능하다. 

유난히 빡빡한 일정을 치르는 7월이 반등의 기회다. 타이밍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시즌 종료까지 20경기도 넘게 남긴 가운데 선두 전북 현대와 승점 11점 차다. 반대로 살아나는 것이 늦을수록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친 라이벌 수원 삼성처럼 '강등 전쟁'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최하위 광주와 승점 10점 차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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