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63kg급 장은경의 경기 장면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오승립은 유도 80kg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1972년 뮌헨 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유일한 메달을 안겼다. 8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유도 첫 메달을 모국에 선사한 또 다른 재일동포 김의태는 도쿄 대회 80kg급에서 체급을 올려 93kg급과 무제한급에 출전했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63kg급의 한성철과 70kg급의 장인권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때 정식 종목에서 탈락했다가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유도에서 일본은 또다시 5체급 가운데 3개의 금메달을 얻었으나 종목의 대표성을 지닌 무제한급에서 1964년 도쿄 대회의 안톤 헤싱크(네덜란드)에 이어 같은 나라의 빔 루스카가 다시 정상에 올라 머쓱하게 됐다. 또 다른 중량급인 93kg급에서는 소련의 스코타 코초스리가 우승했다. <3편에서 계속>

1974년 11월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제3회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를 열어 한국 유도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도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도 유도가 한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에 이바지한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6년 한국 스포츠의 최대 관심사는 7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하계 올림픽이었다. 4년 전 제20회 뮌헨 하계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선 북한에 뒤진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안고 있었다.

몬트리올 올림픽과 제12회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에 대비해 1975년과 1976년 상반기에 진행된 대한체육회 국가 대표 선수 강화 훈련 실적에 따르면 참여 선수는 198명, 임원은 27명, 훈련 일수는 426일에 이르렀다. 1976년 훈련에서는 올림픽에서 입상한 전적이 있거나 입상 전망이 확실해 국위 선양이 기대되는 종목 그리고 지역 예선을 통과한 종목 등 소수 정예로 강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구성된 한국 선수단은 임원 22명과 선수 50명으로 뮌헨 대회를 약간 웃도는 규모였다. 출전 종목은 유도와 레슬링, 유도, 남녀 배구, 복싱, 사격이었다. 사격은 1978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최국으로서 위상을 고려해 뮌헨 대회에 이어 또다시 참가하게 됐다. 남자 배구는 애초에는 ‘상위 입상이 어렵다’는 대한체육회의 판단에 따라 제외할 방침이었으나 “지역 예선을 통과한 마당에 본선 출전을 가로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대한배구협회의 거센 반발에 밀려 선수단에 집어넣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격과 복싱, 남자 배구를 뺀 종목에서 모두 메달 따 대한체육회의 선수단 구성 방침은 비교적 정확했던 것으로 판명 났다.

몬트리올 대회에 나서는 선수단 결단식은 7월 3일 시민회관 별관(2017년 현재 서울시 의회 건물)에서 진행됐다. 결단식에서 김택수 회장이 “뮌헨 대회 때는 회장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임감이 덜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어떻게든지 좋은 성적을 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뮌헨 대회에 나서는 선수단의 심경은 각별했다.

7월 17일 막을 올린 대회가 열흘이 넘도록 진행됐지만 그토록 기대하던 금메달은커녕 동메달조차 나오지 않자 한국선수단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회는 후반부에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7월 28일 유도 80kg급 박영철이 동메달을 차지하며 메달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더니 30일에는 유도 63kg급 장은경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은경은 조지 케르 주심의 판정 번복으로 쿠바의 헥토르 로드리게스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유도는 대회 마지막 날 조재기가 동메달을 보탰다. 조재기는 93kg급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하자 삭발을 하고 무제한급에 다시 나서 기어이 입상하는 투혼을 보였다. 1964년 도쿄 대회 동메달리스트 김의태 등 재일동포들에게 의존했던 유도는 이 대회를 계기로 국내에서 훈련을 받고 성장한 선수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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