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루' 스틸. 제공|CGV 아트하우스

[리뷰S] 가장 끔찍한 ‘하루’를 반복하는 이들의 심리무비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하루’는 끔찍한 하루를 반복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감정을 되풀이 하고, 또 누군가는 끔찍한 사고를 매일 반복해서 만들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하루를 반복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애잔하다.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타임루프라는 소재로 식상할 수 있지만, 이 시간에 갇힌 제 3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흘러간다.

전쟁의 성자라 불리는 준영은 남을 돌보느라 딸은 뒷전이다. 해외 봉사 활동으로 딸의 생일을 함께하지 못하지만, 딸과의 약속에 또 늦고 만다.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 교통사고로 인해 딸이 이미 죽어 있던 것. 고통 속에서 오열을 하려던 순간, 2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하루가 반복된다.

처음에는 딸을 살리기 위해 주어진 두 시간이라는 생각에 빨리 딸에게 가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딸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어있는 딸이 아닌,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딸을 본 후 준영의 마음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 곳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또 다른 남자 민철이 함께였다.

▲ 영화 '하루' 스틸. 제공|CGV 아트하우스

타임루프 소재는 지금까지도 수없이 쏟아진 이야기다. 그만큼 매력적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잘 만들어지지 않은, 식상한 이야기는 더 이상 관객들의 호기심을 당기기 어렵다. ‘하루’는 그런 면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흥미를 유발한다. 시간에 갇힌 준영과 민철 외에 또 다른 사연을 가진, 사건을 풀 실마리를 쥔 강식(유재명)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전환점을 맞는다.

‘하루’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짧은 러닝타임이다. 반복되는 두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그리기 위한 선택이다. 반복되는 장면은 과감하게 지웠고, 대신 인물들의 변해가는 감정을 담아 냈다. 같은 시간 속 점차 변하는 캐릭터의 감정은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새로움으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준영과 민철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과 변요한의 연기는 탁월했다. 김명민은 한 사람이 느끼는, 가장 극한의 감정을 끌어 올렸고, 변요한은 이미 극에 달해있는 민철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캐릭터들이 얽히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로, 또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해가는 설정도 흥미롭다. 지난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0분.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