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월드리그 슬로바키아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김호철 감독(가운데)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기대 이상의 호성적이었다. 어렵게 선수들을 충분 진천선수촌으로 소집해 월드리그를 준비할 때만해도 2그룹 잔류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62)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9경기 가운데 5번 이긴 한국은 2그룹 잔류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은 18일(한국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3주차 I조 9차전에서 슬로바키아를 세트스코어 3-2(25-18 18-25 25-18 20-25 15-7)로 이겼다.

한국은 월드리그 2그룹에 배정된 12개 팀 가운데 5승 4패 승점 12점으로 6위에 올랐다. 애초 한국의 목표는 2그룹 잔류에 필요한 4승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이번 대표 팀은 '역대 최약체 가운데 한 팀'이라는 평도 들었다. 국내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김학민(대한항공) 등이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학점 제도로 대학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했다.

팀에 합류한 주전 미들 블로커인 신영석(현대캐피탈)은 소집 전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팀의 살림꾼 정지석(대한항공)도 허리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던 김호철 감독은 "거포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수들의 수준이 비슷비슷하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힘든 상황에서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주차 3연전에서는 체코와 핀란드를 이겼다. 2주차 일본 3연전에서는 터키를 이겼고 마지막 네덜란드 원정 3연전에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눌렀다.

김 감독은 "특정 주전 선수들을 정해놓지 않고 상대 팀과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선수들을 기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 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고르게 코트에 나섰다.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선수를 기용한 김 감독의 전략도 주효했다.

월드리그를 계기로 한층 성장한 이강원은 한국의 새로운 주 공격수가 됐다. 중요한 상황에서 그는 강타만 고집하지 않고 연타를 섞어 때리며 해결사 소임을 해냈다. 최홍석(우리카드) 박주형(현대캐피탈) 송희채(OK저축은행) 정지석 등 날개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은 거포의 부재를 만회했다.

▲ 2017년 월드리그 슬로바키아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이강원(왼쪽)과 황택의 ⓒ FIVB 제공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끈끈해지는 수비와 조직력도 한국이 5번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이 월드리그 예선에서 5승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1995년 이후 22년 만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최상의 성적표였다.

김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때는 전광인과 서재덕 등 현재 없는 선수들이 합류시킬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젊은 세터들이 조직력을 잘 조율한다면 한국 남자 배구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월드리그에서 한국은 얻은 점도 많지만 보완할 과제도 생겼다. '숙적' 일본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무너진 점은 아쉬웠다. 한국은 세터의 전광석화 같은 토스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 배구 앞에 흔들렸다. 또한 한국보다 한층 강하고 다양한 일본의 서브에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일본과 경기가 끝난 뒤 FIVB 홈페이지에 "서브 대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브의 강도를 한층 높여 이에 대비한 리시브 능력을 키우는 점이 시급하다. 낮은 높이를 빠른 배구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이겨낸 일본의 경기력은 좋은 자극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협회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지난 16일 대한배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준비 중인 회장 선거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협회는 수장 없이 5개월을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 팀을 지원할 체계적인 시스템은 완성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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