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차오연 ⓒ이종현 기자

[스포티비뉴스=효창, 이종현 기자] 현대 축구는 복잡하다. 풀백으로 뛰던 선수가 다음 경기에선 미드필더로 서는가 하면 반대로 전반전 미드필더로 섰던 선수가 후반 수비 지역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이제 '선수의 멀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가 됐다.

신태용 U-20(20세 이하) 대표 팀 감독도 최근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멀티성' 있는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맨체스터 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의 '포메이션 파괴'로 기발한 전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한양대학교 1학년 차오연은 정재권 한양대 감독의 지휘 아래 다양한 포메이션에 나서며 성장하고 있다. 오산고(FC서울 U-18)시절의 중앙 미드필더는 지금 한양대의 풀백으로 뛴다. 그리고 그의 왼발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한양대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7 U리그 3권역 KC대학교와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왼쪽 풀백으로 선발로 나선 한양대 차오연은 한양대의 세트피스를 전담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한양대의 선제골은 차오연의 프리킥에서부터 시작됐다.

한양대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좀처럼 골망이 열리지 않았다. 그때 선제골을 이끈 건 한양대 차오연이었다.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차오연이 시도한 프리킥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KC대 골문으로 향했다.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흐른 볼을 김현중이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위협적인 킥을 선보인 차오연은 후반 16분 권정현과 교체됐다.

▲ 한양대 차오연 ⓒ이종현 기자

#차오연이 말하는 포메이션 파괴

경기 후 만난 차오연의 표정은 밝았다. 고등학교 시절 오산고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에서 풀백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춘계(춘계대학축구연맹전) 때는 미드필더를 보다가 리그에서는 계속 왼쪽 풀백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감독님이 많은 자리를 볼 수 있어야 된다고 해서, 미드필더도 보고 중앙 수비도 보고 사이드백도 보고. 팀에서 일단 감독님이 서라고 하는 자리는 다 서고 있어요"라며 쾌활하게 말했다.

차오연은 미드필더를 서면서 풀백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차오연은 "일단 미드필더는 활동량이 많고 시야도 넓어야 하고 볼 관리도 잘해야 하는데 사이드 백은 제 바로 뒤에 라인이 있으니깐 주위를 안 살펴도 된다"면서 미드필더를 선 경험이 풀백으로 뛰는 데 도움이 된다고 고백했다.

#차오연의 왼발의 몫: 삼촌이 8할

차오연은 미드필드 위치에서 오랜 기간 뛰어온 만큼 침착하게 볼을 컨트롤하고 배급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그 밖에 눈에 띈 것은 정교한 왼발 킥이다. 1학년, 그것도 수비수가 매 코너킥과 프리킥마다 볼 앞에 섰다. 3학년, 4학년 선배가 있었지만 언제나 세트피스 킥의 몫은 차오연이었다.

차오연은 날카로운 킥을 칭찬하자 부끄러워했지만 이내 "시골에서 내려가서 삼촌과 함께 훈련하면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지금처럼 자신이 없었는데 방학 때마다 시골(강원도 인제)에 내려가서 삼촌과 계속 훈련하다 보니깐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차오연에겐 삼촌은 '정신적 지주'다. 차오연의 가족은 모두 왕년에 '볼 좀 차본 집안'이다. 아버지, 삼촌, 그리고 친형까지 모두 프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축구 선수를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모두 축구를 업으로 삼진 못했다. 차오연은 "삼촌이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셨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축구를 더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 항상 충고해주시고 내게 기대감이 크다 아버지와 삼촌이 정신적 지주인데 삼촌이 조금 더 그렇다(웃음)."

▲ 드리블 하는 차오연 ⓒ이종현 기자

#차오연이 한양대를 선택한 이유?

학생들에게 어느 대학, 어느 과, 어느 교수님과 친구를 만나는 게 중요하듯 축구선수에게도 학교와 감독 그리고 함께 뛰는 선수들은 중요하다. 대학에 진학한 축구 선수는 전국 대회에서 소속된 대학이 거둔 성적으로 능력을 평가 받는다.

한양대는 오산고 재학시절부터 한양대 진학을 꿈꿨다. "그냥 (한양대에 진학한 이유)그거는 조금 단순해요. 그냥 예전부터 한양대 오고 싶었는데. 멋있었어요 한양대가. 친구들이 제가 한양대에서 공 찬다고 하면 모두 '워~~'하고 부러워해요. 한양대에 대한 자부심이 커요"라고 말했다가 이내 "물론 정재권 한양대 감독님 때문인 것도 있고요"라며 웃었다.

지금은 풀백으로 나서고 있지만 차오연의 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고명진(알 라이안)과 메수트 외질(아스널)이 롤모델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앞으로의 포부도 잊지 않았다. "미드필더는 다 경쟁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근데 일단 감독님이 절 왼쪽 풀백으로 세우신 이유가 있을 테니 지금은 좀 더 열심히 해야죠. 배우는 입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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