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남은 투지가 넘치면서도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부천FC는 29일 '헤르메스캐슬'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4라운드 성남FC와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승패(勝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싸움에서 항상 있는 일이란 뜻이다. 시즌 내내 경기를 치르는 축구 선수로서 승리도, 패배도 당연한 일이다. 부천과 성남의 경기에선 조금 특별하게 결과를 받아들었을 선수가 있다. 바로 성남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부천에서 K리그 챌린지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한 김영남이다.

김영남은 성남전을 마지막으로 아산 경찰청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그는 선발로 출전해 75분 간 활약했다. 김영남은 "마지막이라 휴가를 나갈 수도 있었는데, 팀과 함께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면서 입대 전 부천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소감을 밝혔다. 

"이전 게임을 이겨서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웃은 김영남은 "성남과 경기였지만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게임이 다가오니 약간 묘한 느낌은 있더라"며 친정 팀과 고별전을 치른 소감을 덧붙였다.

부천은 김영남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성남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경기 출장이 늘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팀"이라고 설명했다. 부천 구단과 팬들은 경기 뒤 가변석에 모여 김영남의 환송회를 진행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부천에서 김영남은 K리그 챌린지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2016 시즌 37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챌린지 베스트 11 후보에도 들었다. 그는 "항상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1년 9개월 동안 축구는 계속하니까 더 성장해서 돌아오겠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부천 팬들의 관심은 김영남이 복무 뒤에도 부천에 돌아오는지 여부일 것이다. 그는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있고 부천으로 복귀한다"며 안심하라고 설명했다.

▲ 입대 전인데 표정이 참 밝았다. 입대 당일이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부천은 이번 시즌 3-4-3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삼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2명이 배치되기 때문에 김영남의 이탈은 치명적일 수 있다. 정갑석 감독은 "닐손 주니어를 미드필더로 올리거나, 어린 선수들을 적절하게 투입해 후반기 영입 전까지 극복할 계획이다. 조범석이 성남전을 앞두고 경미한 부상이 있었다. 조범석이 돌아오면, 닐손 주니어, 이정찬 등과 함께 미드필더진을 꾸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김영남은 걱정하지 말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모두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저 대신 뛰어도 자리가 커 보이지 않게 만들 것이다. 자신 있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김영남은 3년의 부천 생활을 마감하고 아산으로 떠난다. 부천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역시 지난해 승격 실패를 꼽았다. 부천은 지난해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며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강원FC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추가 시간 마라냥에 실점해 도전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강원은 성남을 꺾고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그는 "아무래도 작년이 가장 아쉬웠다. 우리는 좋은 팀이었고 기회가 있었는데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희망은 있다고 했다. 김영남은 "부천은 원래 단합이 잘되는 팀이다. 지금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다시 잘 뭉칠 수 있다면 다시 승격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동료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남은 13번으로 시작해, 지난해 77번, 이번 시즌엔 18번까지 두루 번호를 바꿔 달았다. 그는 시즌 개막 전 이유를 묻자 "큰 이유가 없다"고 '쿨한' 대답을 내놨다. 짧지 않은 이별이고, 군 복무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 분명히 다를 것이다. 군 생활에선 다치지 않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평소 성격처럼 '쿨하게' 이별을 이야기한 김영남이 2시즌 뒤 부천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빨간 유니폼을 입은 김영남과 부천 팬들이 '잠시만 안녕'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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