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첼시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리미어리그가 익숙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아르센 벵거(아스널), 주제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향한 도전에 다시 한번 나섰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롭(리버풀)을 비롯해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안토니오 콘테(첼시)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모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술 경쟁이 벌어졌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위를 점령한 이른바 '빅 6'의 성적표를 전술과 함께 돌아본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10위를 기록했던 첼시를 도로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그러나 시즌 초반을 어려웠다. 4-2-3-1로 시즌을 시작해 아스널에 0-3으로 패하는 등 쉽지 않은 초반을 보냈다.

콘테 감독은 아스널전 패배를 계기로 스리백 전환을 시도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시즌 중반 13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번 시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은 프리미어리그에 '스리백 바람'을 몰고 온 콘테식 '스리백+스리톱' 전술이었다. 첼시는 14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3-1로 꺾으며 실력을 증명했다. 콘테식 3-4-3의 전형을 보여준 경기였다.


연승 행진 속에 무난하게 우승 레이스를 결정짓는가 했지만 프리미어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7년 들어 첼시의 전술이 다른 팀에 어느 정도 읽히자 새 과제를 만났다. 수비적으로 '내려선'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첼시는 꾸준하게 승리를 쌓았다. 콘테 감독은 선수 조합에 변화를 주면서 밀집 수비를 뚫는 법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 첼시는 전체 38경기 가운데 30번을 이겼다. 첼시는 시즌 내내 벌어들인 93점의 승점 가운데 90점을 승리로 따냈다. 이번 시즌 첼시는 '무패의 팀'은 아니지만 '승리하는 팀'이었다. 첼시를 성공으로 이끈 전술 변화를 따라 시즌을 돌아본다.

# 특색 다른 스리백 조합

콘테 감독은 개성이 뚜렷한 선수들로 스리백을 꾸렸다. 중앙에 서는 다비드 루이스는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정도로 기술과 공격적 재능을 갖췄다. 주력도 빠른 편이다. 게리 케이힐은 제공권과 몸싸움을 갖춘 정통파 센터백이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원래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는 선수다. 예측력이 좋고 발이 빨라 1대1 상황에서 강점이 있다.

콘테 감독은 서로 장점이 다른 수비수로 스리백을 조합해 다양한 상황에 서로 보완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아스필리쿠에타의 부족한 제공권은 케이힐과 루이스가 있어 보완이 되고, 케이힐의 주력은 루이스와 아스필리쿠에타가 보완하는 식이다. 수비 조직을 갖추고 있을 때 첼시가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스리백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며 서로를 커버한다.

콘테 감독은 기동력이 뛰어난 네마냐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로 기본적인 중원 조합을 짰다. 스리백을 보호하고 동시에 측면 커버까지 한다. 활발한 빅터 모제스와 마르코스 알론소 윙백도 힘을 보탰다. 첼시는 2명만 미드필더로 기용하고도 4-2-3-1이나 4-3-3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팀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공격을 강조해야 할 땐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미드필드에 투입했다.

▲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첼시.

# '삼지창' 스리톱의 '세 방향' 역습

첼시의 주전 스리톱은 중앙의 디에고 코스타, 왼쪽에 에당 아자르, 오른쪽에 페드로 로드리게스다. 코스타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몸싸움이 무척 강하고 발도 빠른 편이다. 수비수와 몸싸움하며 돌파하는 것이 특기다. 아자르는 뛰어난 기술과 드리블, 빠른 발로 수비수와 1대1 상황에 강하다. 페드로는 직선적인 침투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는 것이 장기다. 여기에 기술과 주력을 두루 갖춘 윌리안이 경우에 따라 출전했다. 이 네 선수가 첼시가 기록한 전체 85골 중 53골을 넣었다.

스리백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첼시는 공을 빼앗으면 전방에 있는 스리톱에 연결했다. 스리백을 구사하면서 수비 부담을 던 스리톱은 뛰어난 주력을 살려 돌진했다. 세 명의 공격수는 적절한 좌우 간격을 유지하고 동시에, 함께 침투했다. 개인 능력만으로도 위협적인 역습이 가능한 데다, 연계 플레이까지 좋아 빠른 역습에 수비들은 쩔쩔 맸다. 


스리톱의 1차 역습이 막힐 쯤 공격에 가담하는 윙백의 공격 가담도 뛰어났다. 모제스는 원래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고, 알론소 역시 '포백'에서 풀백보단 '스리백'에서 윙백에서 활약이 좋은 선수다. 이 두 선수는 기본적으로 수비에 가담했지만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모제스가 34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 마르코스 알론소가 31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올리며 공격수 못지 않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 밀집 수비 해결한, 파브레가스의 발 끝

첼시는 필연적으로 '밀집 수비'를 만나야 했다. 첼시가 절대적으로 강팀인데다, 스리백 전환 뒤 연승 행진을 하며 역습이 강점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스리백 전술로도 어느 정도 밀집 수비 공략이 가능했다. 여기서도 윙백이 중요했다. 윙백은 중앙으로 좁혀 선 윙포워드를 대신해 측면으로 넓게 벌려섰다. 위치만 보면 공격수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윙백의 전진으로 숫자를 더한 첼시는 개인 돌파와 연계 플레이를 섞어 공격을 전개했다. 3명의 중앙 수비수 가운데 1명은 언제든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말미로 갈수록 상대 팀의 수비는 견고해졌고 역습도 날카로워졌다. 첼시를 따라 스리백을 쓰는 팀들도 늘었다. 첼시는 23라운드부터 11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위기도 있었다. 29라운드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에 1-2로 패하고, 3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2로 패했다. 그러나 승점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득점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밀집 수비는 공격수를 늘린 첼시라고 해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해결사는 미드필더 파브레가스였다. 파브레가스는 정확한 킥과 공간 이해도를 갖춘 창의적인 미드필더다. 수비의 키를 살짝 넘겨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떨어뜨리는 스루패스가 특기다. 밀집 수비를 단번에 지나 곧장 골문을 노리는 파브레가스의 침투 패스는 시즌 막판 선두를 지키는 원동력이 됐다.

[영상] [EPL] 첼시의 삼지창, 세 방향 역습, [EPL] 침투패스 마스터, 파브레가스 ⓒ스포티비뉴스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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