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룸에 출연한 송강호와 인터뷰 중인 손석희. 사진|JTBC 방송화면
[스포티비스타=이호영 인턴기자] 손석희 앵커와 배우 송강호가 만났다.

최순실 태블릿 PC 단독 보도로 이른바 '국정농단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열었던 언론인과 영화 '변호인'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연기해낸 배우의 만남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7개월간 중단됐던 JTBC '뉴스룸' 대중문화 인터뷰가 지난 25일 재개된 것. 첫 손님은 배우 송강호였다.

이날 손석희 앵커는 "작년 10월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많이 일이 있었다. 앞으로는 비정기적으로라도 대중 문화계분들을 모시려 한다"며 대중문화 인터뷰를 재게한 것에 대한 짤막한 소회를 밝히며 탄핵정국을 언급했다.

이후 긴 설명이나 수식어를 빼고선 "이름 석자로 충분한 배우 송강호 씨입니다"라며 담백하게 송강호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27년 전 손석희 앵커가 MBC 파업 중 교육부장으로 노조를 위해 힘쓰던 중 부산 극단에 있던 송강호를 초청해 공연했던 당시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송강호가 심각한 흐름의 연기 중에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이유, 영화 '사도'에서 만들어낸 독특한 왕의 캐릭터,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 등 그만의 연기철학에 대해 적절히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그려나갔다.

▲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 배우 송강호가 만났다. 제공|JTBC-영화 '변호인' 스틸
손석희 앵커는 "조금 무거운 얘기로 넘어가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연말부터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시국이었다. 특히 탄핵정국 속에서 블랙리스트 문제였다"라고 송강호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있는 부분과 영화 '변호인'에 대해 언급했다.

송강호는 "블랙리스트는 소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력이 발생된다. 예를 들어 각본을 읽고 '이 작품은 정부에서 싫어할 내용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기 검열의 무서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자기 검열을 하다 보면 심리적인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리스트에 오른 수많은 예술가들이 가장 순수하게 예술적 판단만 해야 될 때 이런 우려가 끼어든다는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이라고 배우 입장에서 블랙리스트의 위험성을 명확히 설명했다.

특히 이날 송강호는 '변호인'을 선택할 때에 느낀 두려움에 대해선 "고 노무현 대통령께 '과연 이 분의 삶을 자신 있게, 또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광화문에서 작은 촛불이 모여 큰마음을 이루는 것을 봤다"며 "보잘 것없는 영화들이 모이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얘기하는 세상에 대한 희망, 꿈꾸던 삶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과거 수상 소감의 속뜻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의 감동이 몇 시간밖에 가지 않는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저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배우 송강호의 말에 손석희 앵커는 "그것이 축적되면 또한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즉답했다.

현 정권을 겨냥한 민감한 사안에 '팩트, 공정, 균형 그리고 품위'를 내걸고 임해 큰 역할을 해낸 손석희 앵커. "내일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코멘트로 방송을 마무리 짓는 그와 배우 송강호의 궁극적인 소망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소신을 잃지 않고 성역 없는 보도로 세상에 사실을 전하는 이와 배우로서 타인의 삶을 연기해 울림을 선사하는 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한편 송강호는 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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