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회 없이 도전하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대표 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 팀은 20일 기니와 조별 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우승을 향해 출항한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기니전부터 시작이다.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한국의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다.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백승호, 이승우 등 유럽을 경험한 선수들, 한찬희처럼 K리그에서도 활약하는 선수들이 두루 포진했다.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그러나 쏟아지는 기대에 선수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선수들은 성적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팬들과 미디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받을 비난에 대한 부담감도 분명히 표현했다. 

백승호는 지난 1일 파주 NFC에서 열린 미디어데이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요청에 "미디어 쪽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해줬으면 좋겠다"며 "요즘 댓글이나 수위가 강하니까 그런 부분에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상민도 "질타보다는 격려나 응원으로 해주시면 더 기분 좋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는 대회지만 참가하는 선수들은 고작 20살이다. 훈련장 안팎에서 만난 선수들은 겉보기엔 어엿한 성인 같으면서도 말을 시켜보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했다. 경기장 밖에선 평범한 청년들이다. 되려 잘하고자 하는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를 압박하진 않을까.

20살. 대다수 '어른'들에겐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돌아보면 20살엔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다. 꿈으로 가슴이 부푸는 나이다.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성인으로서 더 배울 것이 많은 때다. 아직 결과로 평가 받기보단 이리저리 부딪히며 한창 성장할 시기다.

대회 흥행을 위해, 그리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성적도 중요하다. 대회에서 높은 곳까지 오르면서 얻을 경험과 자신감 등 배울 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막 성인이 된 선수들의 인간적 성장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선수들에게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지 또는 중간 기착지다. 앞으로 자신을 위해, 그리고 나아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일이 훨씬 많다.

1경기를 진다고 해도 혹은 대회에서 일찌감치 탈락한다고 해도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살은 맘껏 도전하고 깨지면 배울 나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더 문제다. 승리에서도 배우지만 패배에서도 배울 수 있다. 뛰어난 결과에 대한 칭찬과 함께, 최선을 다한 과정에 대한 격려도 있어야 한다.

최근 젊은이들은 결혼, 연애, 결혼을 포기한다하여 '삼포 세대'로 불린다. 지옥에 빗대 '헬조선'이란 말도 흔히 쓰인다. '경쟁'과 '결과'에만 매몰된 한국 사회는 '승자 독식' 그리고 '패자 전몰'의 사회다. '실패자' 낙인 씌우기에 익숙하고, 과정의 성실성과 관계없이 원하는 결과가 없으면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노력이 부족하다'며 손쉽게 남의 고생을 무시하기도 한다. 손쉬운 비난에 최선을 다한 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U-20 대표 팀도 다시 뜨거운 경쟁의 장 입구에 발을 올려놨다. 김병지 SPOTV 해설위원은 "비판은 운명이고 숙명이다. 오히려 발전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서 비판 여론은 축구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가 워낙 빠르다. 지나친 비난엔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2002년 월드컵 4강까지 가는 중에 고비가 없었겠나. 이번 대회에도 응원들이 좋은 결과에 도움이 됐다. 어린 선수들이고 하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번의 실패 또는 패배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태용호가 후회를 남기지 않고 최선을 다한 뒤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 수 있길, 그리고 팬들을 비롯한 언론도 결과가 아닌 노력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줄 수 있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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