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국민 타자' 이승엽(41.삼성)이 조금 얼굴이 펴졌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보다 좋은 흐름을 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대기록 행진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최근 주로 5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외국인 타자 러프 덕분이다. 러프는 2군에 다녀온 뒤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5월 들어 치른 12경기서 3할6푼4리의 타율과 3개의 홈런으로 중심 타자 구실을 나름대로 해내고 있다. 삼성의 4번도 그가 맡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승엽은 4번 타자 이외 자리에 나설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러프가 부진했을 때 그는 주로 4번을 맡아야 했다.

야구 이론은 자꾸 변하지만 4번 타자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해결사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 훌쩍 넘은 이승엽에게 맡기기엔 미안한 타순이다. 책임감 강한 이승엽은 "핑계일 뿐이다. 선수라면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4번 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이 2할4푼으로 떨어진다. 홈런 3개를 치기는 했지만 살아 나갈 확률이 너무 떨어졌다.

5번이나 6번을 맡으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5번 타자 이승엽은 3할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6번 타자로는 많이 나서지 않고 있지만 3할3푼3리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류중일 감독 당시 이승엽은 주로 6번에 배치됐다. 부담을 덜고 중심 타순과 하위 타순의 연결 고리 노릇만 해 주길 기대한 것이다.

이승엽은 그 일을 충실하게 해냈다. 최근 5년간 6번에서 가장 많은 44개의 홈런(2위 5번 31개)을 쳤고 타율도 가장 높은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4번 타자로서는 2할8푼4리와 12홈런을 기록했을 뿐이다. 어느 타순이 그에게 더 어울리는지 굳이 따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6번은 어렵겠지만 현재로서는 5번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그동안은 꾹 참고 4번 타자의 큰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러프가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 덕에 이승엽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지금 이승엽이 치는 안타와 홈런 볼넷 등은 모두 기록이 된다. 매일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이승엽이다. 그가 부담을 덜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타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 야구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수 있게 된다.

이승엽은 "타순은 변명에 불과하다. 다만 감이 올 것 같다가 다시 조금 멀어진 느낌이다. 내 타격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감을 유지하게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모든 기록은 팀이 승리했을 때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팀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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