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의 16강행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빡빡한 일정 속 중국 원정까지 가야 한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조형애 기자] 기회가 위기가 됐다. 1위는 내줬고 빡빡한 일정이 계속 이어진다. 수원 삼성이 '스케줄'을 탓할 만하다. 하지만 잊은 한 가지가 있다. 수원은 K리그 최다 스쿼드를 가진 팀이라는 것이다.

수원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 리그 5차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0-1로 졌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2위(2승 2무 1패, 승점 8점)로 떨어졌다. 조 1위에는 이스턴 SC(홍콩)를 6-0으로 완파한 광저우 헝다(중국)가 올랐다.

수원은 전반 기세를 살리지 못하면서 가와사키의 조별 리그 첫 승 제물이 됐다.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번 잡았지만 골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후반 경기력 저하는 눈에 띄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내줬고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패인 가운데 하나로 '살인 일정과 그에 따른 체력 소모'를 들었다. "상당히 체력적으로 힘들고, 앞으로도 걱정이 많이 된다. 오늘(25일) 경기도 솔직히 걱정이 됐는데,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K리그 팀들의 ACL 부진과 관련해서도 일정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너무나 힘든 스케줄이다. 중국은 ACL을 치르기 위해 배려를 해 준다. 일본 역시 ACL 경기를 위해 금요일(21일) 경기를 하게 했다. 한국 팀들은 리그와 FA 컵에 모두 들어간다. 너무나 많은 스케줄이 꽉 차 있기 때문에 그런데서 상당히 ACL 나가 있는 K리그 팀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리그와 ACL, FA 컵을 병행하는 K리그 팀들에는 '살인 일정'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수원이 이날 경기를 치른 J리그 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일정이 빡빡한 건 사실이다. 서 감독 말처럼 가와사키는 21일 경기를 치르고 나흘 만에 경기를 했다. 수원은 22일 경기 후 사흘 만이다. 경기가 계속되면서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데 하루는 생각보다 긴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스쿼드 규모다.

▲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한희재 기자

* K리그 구단 중간 성적 : 울산 현대 E조 3위(1승 1무 2패) / FC 서울 F조 3위(1승 3패) / 수원 삼성 G조 2위(2승 2무 1패) / 제주 유나이티드 H조 2위(2승 1무 2패)

* J리그 구단 중간 성적 : 가시마 앤틀러스 E조 2위(2승 2패) / 우라와 레즈 F조 1위(3승 1패) / 가와사키 프론탈레 G조 3위(1승 4무) / 감바 오사카 H조 4위(1승 1무 3패)

엄청난 투자로 ACL 동아시아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슈퍼 리그 구단을 제외하고 J리그 구단만 살펴보면, 수원이 5차전에서 만난 가와사키 등록 선수는 31명이다. 우라와 레즈, 가시마 앤틀러스는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수원은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정수를 제외하고도 40명이나 된다. K리그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 스쿼드 규모 : 수원 삼성 40명, 가시마 앤틀러스 29명, 우라와 레즈 28명, 가와사키 프론탈레 31명, 감바 오사카 40명 (*이정수 제외, 홈페이지 기준)

경기 간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원은 4월에 7경기를 치렀다. 가와사키는 6경기를 했다. 물론 수원이 '부상 병동'이긴 하다. 하지만 부상 없이 모든 스쿼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조별 리그 충격의 3연패를 하고 난 뒤 'K리그의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 중국을 포함해서 다른 리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K리그는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ACL을 대비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경쟁력 저하인지 단순 경기 일정의 문제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변명으로 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수원에 선수는 충분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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