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잘 안 풀리네." 포체티노 감독(오른쪽)과 콘테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토트넘을 이끄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지나치게 과감한 전술적 선택을 해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트넘은 22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 첼시와 경기에서 2-4로 졌다.

FA컵 4강에서 만났고 동시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의 경기였다. 맞대결에서 승리해 기세를 리그까지 잇고 싶었을 것이다. '추격자' 토트넘 포체티노 감독이 더 적극적이었고 과감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전술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결과론적이다. 전술을 짜는 것은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지만 비판은 쉽다. 다만 1998-99 시즌 리그컵 우승 뒤 이어온 '무관'의 한을 풀 절호의 기회에서 굳이 큰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 욕심부린 포체티노, 스리백과 공격적 라인업

포체티노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 지난 1월 맞대결에서 스리백으로 첼시를 2-0으로 제압했다. 첼시의 스리톱을 잡기 위해 다시 스리백을 가동했다. 첼시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디에고 코스타 대신 미치 바추아이가 투입된 스리톱은 무게감이 떨어졌다. 윌리안과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출전했지만 에당 아자르가 없어 스리톱의 날카로운 맛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을 고수했다.

여기에 분위기가 좋은 선수들을 모두 쓰려고 했다. 공격력이 강점인 팀답게 당연히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렸다. 해리 케인-크리스티안 에릭센-델레 알리는 시즌 내내 이어온 베스트 멤버다. 여기에 최근 발끝이 뜨거운 손흥민을 기용했다. 토트넘이 3-4-3 포메이션으로 나서 왼쪽 윙백으로 손흥민을 배치하는 '변칙'이 나온 이유다.

FA컵처럼 단판 대결로 펼쳐지는 경우 공격보단 수비가 중요하다. 일단 실점하지 않으면 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평소보다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결국 4골을 먹었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손흥민 윙백 변신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빠른 발도 여전했고 움직임도 활발했다. 볼 터치에도 자신감이 있었다. 측면에 배치되면서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했고, 수비 뒤를 노려 여러 차례 침투했다. 그러나 최근 손흥민은 중앙에서 동료들과 연계로 찬스를 만들었다. 측면에서 솔로플레이로는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없었다. 3-4-3 포메이션에선 1명의 윙백이 측면 모두를 커버해야 한다. 그를 도와줄 동료가 부족했다.

수비적으론 더 큰 문제였다. 손흥민은 빅터 모제스가 배치된 첼시 오른쪽 측면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모제스는 원래 날개 공격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손흥민 만큼 빠르고 몸싸움은 심지어 더 강하다. 쉽지 않은 상대다.

1-1로 맞서던 전반 42분 손흥민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공격에 가담한 모제스를 빠르게 쫓은 뒤 태클했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공을 건드리지 못한 경솔한 태클이었다. 모제스와 충돌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제스는 영리하게 넘어졌다.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이 모제스에게 당했다. 전문 수비수였다면 저지르지 않았을 실수기도 했다. 윌리안이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반 23분 카일 워커와 교체돼 피치를 떠났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고군분투한 경기였다.

▲ 어색한 '윙백' 손흥민.

▷ 벤 데이비스 대신 카일 워커

손흥민과 교체된 카일 워커도 '변칙'적 기용이었다. 왼쪽 수비수인 벤 데이비스가 교체 명단에 있었다. 그렇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워커를 선택했다. 키어런 트리피어를 왼쪽으로 돌리고 워커가 오른쪽 수비수로 나섰다. 트리피어는 오른쪽 수비가 주 포지션이다.

워커가 빠르고 힘이 좋고 공격력을 갖춘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토트넘이 2-2로 맞선 상태에서 굳이 공세를 강화할 필요가 없었다. 벤 데이비스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과감한 교체였다. 트리피어는 오른발을 주로 쓴다. 공격에 가담하더라도 러닝 크로스에 적합하지 않다. 벤 데이비스 카드로 수비 안정과 함께 공격력 강화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토트넘은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에당 아자르에게 결승 골을 얻어 맞았다.

▷ 과감한 선택의 문제, 뒤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2-4까지 차이가 벌어진 마지막 순간 또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포체티노 감독이 추격을 위해 꺼낸 카드는 조르주-케빈 은쿠두였다. 물론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지만 은쿠두는 이번 시즌 내내 15경기, 323분 출전이 전부다. 마지막 순간 교체로 결과를 바꿔야 할 선수론 무게감이 떨어졌다. 무사 시소코도 있었지만 그는 첼시처럼 촘촘한 수비를 상대로 활약하기엔 지나치게 직선적인 선수다.

벤 데이비스가 선발 왼쪽 수비수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비슷한 경기 양상이 됐더라도 손흥민 교체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손흥민을 왼쪽 수비수로 활용하면서 후반전 반전 카드까지 잃고 말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나치게 선발 명단에 힘을 줬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는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다른 전술적 선택도 가능했다. 바추아이가 포함된 스리톱이 상대라면 포백 전환도 가능했다. 얀 베르통언은 풀백으로서 경험도 있는 선수다. 첼시를 밀어붙이고 싶었다면 킥오프한 뒤에라도 포백으로 전환해 손흥민을 베르통언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도 괜찮았다. 이왕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었다면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야 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