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복수에 성공한 유벤투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캄프 누의 기적'을 다시 한번 바랐지만 매번 일어나면 기적이 아니었다. 파리생제르망(PSG)과 4가지가 달랐던 유벤투스는 기적을 꿈꾼 FC바르셀로나를 완벽하게 막고 2년 전 결승 패배를 복수했다.

유벤투스는 20일(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푸 누에서 열린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FC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1, 2차전 합계 3-0으로 유벤투스가 4강에 진출했다.

주목할 것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경기 전략이다. 노련한 경기 운영이 180분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PSG는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바르사를 4-0으로 대파했다. 전방 압박과 수비 뒤 공간을 노린 역습으로 만든 결과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1-6으로 '거짓말'처럼 패해 탈락했다. 2차전은 수비에만 치중했다. 그러다 MSN(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트리오를 중심으로 한 바르사의 공격에 난타당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다른 산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돌이라도 자기의 옥(玉)을 가는 데에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PSG의 몰락을 이미 본 유벤투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던 바르사를 상대로 90분을 좌지우지했다.

1. 수비적이지만 속절없이 물러서지 않았다.

1차전에서 3-0 리드를 잡았다. 굳이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경기 장소는 바르사의 홈 캄프 누였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유벤투스는 때로 6백 형태까지 변했다. 콰드라도와 마리오 만주키치가 수비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바르사 측면에 위치한 메시, 네이마르를 수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16강 2차전의 PSG처럼 극단적 수비는 아니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수비 지향적 전술에 전방 압박을 섞었다. 상대가 후방부터 빌드업을 하려고 할 땐 전방 압박을 폈다. 공격 전개는 투박해졌다. 바르사가 전방 압박을 풀고 전진하면 다시 '두 줄 수비'로 전환해 수비했다.

전방 압박으로 바르사가 이른바 '가둬놓고 패는' 형태의 공격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전방 압박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잡은 것은 아니다. 바르사의 흐름을 끊는다는 것이 중요했다. 마음 놓고 공격에만 집중하는 것과 전방 압박에 조심하며 공격 전개를 펼치는 것의 완성도는 다르다.

2. 공격으로 공격을 늦추다

유벤투스는 공을 빼앗으면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 콰드라도 정도는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최소의 수로 최대 효과를 냈다. 유벤투스의 역습이 효과를 보면 바르사의 수비 라인은 마음껏 전진할 수가 없다.
 
몇 번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유벤투스가 굳이 추가 골을 넣을 필요도 없었다.

단숨에 공격으로 연결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었다. 미드필드에서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전진 패스가 나갔다. 압박이 약해진 바르사는 유벤투스의 간결하지만 짜임새 있는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유벤투스 공격이 어느 정도 위협적이니 바르사가 공격에 모든 것을 쏟을 수 없었다.

지난 PSG와 16강 2차전에선 바르사 수비수들이 중앙선 너머까지 올라왔다. PSG는 코너에 몰린 복싱 선수였다. 바르사는 난타했고 6골을 넣었다.

3. 수비 집중력, '반전'에 불도 붙이지 않았다

PSG는 16강 2차전 3분 만에 수아레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른 시간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리고 끝내 6골을 얻어맞았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유벤투스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유벤투스의 집중력은 90분 내내 대단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8,9명이 마치 한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것은 장관이었다.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같은 공격수는 협력으로 잡았다. 유벤투스가 쌓은 수비 블록 안은 공격수에게 지옥과 같았다. 지옥에서 탈출해 슛을 날리면 지안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답답해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유벤투스는 바르사가 어떤 방향에서 공격을 펼치더라도 협력 수비를 펼칠 수 있도록 형태와 좁은 간격을 유지했다. 가끔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투지 넘치는 수비로 커버플레이를 했다. 흔들리긴 했어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바르사가 기록한 유효 슈팅은 1개였다. 바르사가 희망을 갖고 살아나지 않도록 불이 붙으려고 할 때마다 '짠물 수비'가 찬물을 끼얹었다.

4. 노련한 선수들, 서두르지 않은 경기 운영

부폰, 조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다니 알베스, 사미 케디라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 노련한 유벤투스는 단단했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니 바르사가 더 뚫기 어려웠다. 공격도 하고 전방 압박도 하고 두 줄 수비도 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았다. 억지로 팀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소리지르는 선수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했다. 무리하지 않으니 넘어질 리도 없었다.

PSG는 16강 2차전에서 허둥거렸다. 수비수들은 중계 화면으로 보기에도 서두르고 있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이 투입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공이 들어오면 일단 걷어내고 봤다. 역습을 펼치겠다든지 공을 소유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90분 동안 공을 걷어내겠다는 목표만 있는 것 같았다.

특히 후반 43분 네이마르에게 실점한 뒤엔 최악이었다. 아직 2골의 여유가 있었지만 오히려 서둘렀다. 선수들의 마음은 쿵쾅쿵쾅거렸을 것이다. "뒤집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심이 '참사'의 시작이 되곤 한다. 종료 직전 세르지 로베르토에게 내준 실점은 바르사가 잘한 것이 절반, 넋이 나간 수비진 탓이 절반 정도였다.

[영상]바르셀로나 vs 유벤투스 3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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