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 후 팬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염기훈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우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울컥했습니다"

수원 삼성의 주장 염기훈이 힘든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기간 쏟아진 팬들의 야유도 그는 달게 받았다.

수원은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했다. 염기훈은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수원은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그에서 승리 없이 5무 1패로 10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승이 있지만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팬들은 수원의 부진이 계속되자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16일 0-0으로 비긴 광주전에서 야유는 극에 달했다.

FA컵은 녹아웃 스테이지 대회다. 지면 바로 탈락이다. 만약 인천전에서도 졌다면 수원은 다시 팬들의 야유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염기훈은 그 야유를 환호로 바꿨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말 기분 좋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팬분들 앞에서 승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이날 골을 넣고 망설임 없이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은 다른 경기장과 달리 운동장과 관중석의 거리가 좁다. 선수와 팬이 살을 맞댈 수 있다. 염기훈은 골을 넣은 후 팬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염기훈에게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물었다. 염기훈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 힘들었다. 그 힘든 것을 서로 나누고 덜었으면 하는 생각에 달려갔다"며 "눈물을 보이시는 분도 있더라. 그래서 나도 울컥했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이번 경기에 팬들이 안 오시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팬분들 덕분에 힘을 냈고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수원 서정원 감독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염기훈은 서정원 감독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가장 힘든 사람은 감독님이다. 늘 '책임은 내가 모두 지겠다'고 말하신다. 감독님이 힘드실 때 웃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승리 밖에 없다. 이번에는 리그에서 꼭 승리를 거둬 감독님을 더 웃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FA컵 승리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수원은 22일, 강원 FC 원정 경기에서 리그 첫 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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