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주장 염기훈이 힘든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기간 쏟아진 팬들의 야유도 그는 달게 받았다.
수원은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했다. 염기훈은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수원은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그에서 승리 없이 5무 1패로 10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승이 있지만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팬들은 수원의 부진이 계속되자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16일 0-0으로 비긴 광주전에서 야유는 극에 달했다.
FA컵은 녹아웃 스테이지 대회다. 지면 바로 탈락이다. 만약 인천전에서도 졌다면 수원은 다시 팬들의 야유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염기훈은 그 야유를 환호로 바꿨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말 기분 좋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팬분들 앞에서 승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이날 골을 넣고 망설임 없이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은 다른 경기장과 달리 운동장과 관중석의 거리가 좁다. 선수와 팬이 살을 맞댈 수 있다. 염기훈은 골을 넣은 후 팬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염기훈에게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물었다. 염기훈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 힘들었다. 그 힘든 것을 서로 나누고 덜었으면 하는 생각에 달려갔다"며 "눈물을 보이시는 분도 있더라. 그래서 나도 울컥했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이번 경기에 팬들이 안 오시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팬분들 덕분에 힘을 냈고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수원 서정원 감독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염기훈은 서정원 감독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가장 힘든 사람은 감독님이다. 늘 '책임은 내가 모두 지겠다'고 말하신다. 감독님이 힘드실 때 웃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승리 밖에 없다. 이번에는 리그에서 꼭 승리를 거둬 감독님을 더 웃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FA컵 승리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수원은 22일, 강원 FC 원정 경기에서 리그 첫 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