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버스탑'은 너무 무성의한 별명이다. 장결희에게 미안하지만 '공간지배자'라는 별명은 한찬희에게도 잘 어울린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에선 23세 이하 선수가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출전하지 않으면 교체 카드 1장이 줄어드는 불이익이 있다. 어떤 팀이든 경험이 부족하고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남 드래곤즈만은 예외다. 이제 프로 무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어린 선수가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축구 게임 광고에서 2022년 축구의 신이 한국 축구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보냈다는 그의 이름 '네버스탑' 한찬희다.

전남 드래곤즈는 15일 '숭의 아레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5연패 뒤 첫 승리 신고였다. 

중원의 한 축을 약관의 한찬희가 지켰다. 그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축구 대표 팀 소집 훈련에도 참가하고 있었다. 전남의 절박한 상황 때문에 잠시 소속 팀으로 복귀해 경기를 치렀다.

한찬희는 전남 공격 전개의 핵심이었다. 그는 후방에 베테랑 현영민을 두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인천은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비력을 갖춘 팀이다. 강한 압박에 고전했지만 패스 센스가 번뜩였다.

가장 뛰어난 점은 '툭툭' 쉽게 내주는 패스였다. 공격 템포를 잡아먹지 않고 간결한 터치로 공격 흐름을 이었다.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선 한찬희가 필요했다.

한찬희는 전반 추가 시간 팀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인천 미드필더 배후로 침투해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패스가 오자 잡지 않고 페체신에게 원터치로 돌려줬다. 페체신이 센스 있게 공을 흘리면서 자일의 골로 연결됐다. 페체신의 센스도 돋보였지만, 밀집된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공격 템포를 높인 한찬희의 패스가 시작이었다.

빠른 템포의 패스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선수 본인이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공을 원터치로 돌려줄 동료를 미리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해야 빠른 패스 연결이 가능하다. 한찬희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원터치패스와 리턴패스를 적절히 활용했다.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여유가 있을 땐 드리블을 하면서 동료를 찾았다. 그리고 공간에 놓아주는 스루패스로 인천 수비를 흔들었다. 스루패스를 하려면 상대 수비의 위치와 동료 공격수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한찬희는 달려가는 선수 앞에 정확히 공을 연결했다. 

직접 공간으로 파고들어 슈팅 찬스도 잡았다.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잠시 뒤 '생길' 공간으로 움직였다. 후반 20분 한찬희가 영리한 움직임으로 찬스를 잡았다 페체신에게 인천 수비가 쏠리자 골대로 쇄도하며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페체신의 헤딩 패스가 조금 높게 튀면서 한찬희의 슛도 벗어났다. 과정 자체는 완벽했다.

'네버스탑'이란 뜬금없는 별명보단 '공간 지배자'가 더 어울리는 경기력이었다.


전남 노상래 감독은 한찬희를 "수가 많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공 소유력도 좋고, 연결 플레이도 능하고, 개인 플레이도 가능한 선수다.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하며 "올해는 팀 주축으로 성장할 해"라고 말했다. 노 감독은 한찬희를 6경기 모두에 투입했다. 그는 이제는 전남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성장했다.

5월 20일 개막하는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신태용호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쟁쟁한 프로 선배들 사이서 주전을 꿰찬 한찬희는 '실전 감각'과 '경기 체력'을 갖춘 선수다.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관심이 모이지만 성인 무대에서 자리잡은 한찬희가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는 인천전을 마친 뒤 곧장 신태용호에 복귀했다.

▲ 지난 겨울 전지훈련 중 바른 청년 한찬희의 꽃미소 ⓒ한국프로축구연맹
[영상] [K리그] '네버스탑' 한찬희는 사실 '공간 지배자 ⓒ스포티비뉴스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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